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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복 안 먹히는 호주... 99년 항구 임대, 수천 건 협약 취소 검토

한상진 기자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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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사진=SOH 자료실]


[SOH] 반중(反中) 선봉에 선 호주가 지난 4월 21일 중국의 중국몽 세계화 도구이자 경제영토 확장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전격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빅토리아 주정부가 지난 2018년, 2019년 일대일로 참여를 위해 중국 정부와 체결한 업무협약(MOU) 등은 우리의 외교 정책과 맞지 않고 국익도 해친다”며, 외국관계법(Foreign Relations bill)에 따라 4건의 MOU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이어 수천 건에 달하는 업무협약에 대해서도 재검토에 나섰다.


피터 더튼 호주 국방부 장관은 4월 25일 호주 라디오 방송의 인사이더즈(Insiders) 프로그램에서 “(정부는) 2015년 중국의 랜드브리지 그룹(Landbridge Group 嵐橋集團)이 북부 노던준주와 체결한 다윈항(Port Darwin)의 99년 장기 임차계약을 포함해 수천 건의 협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의 중요한 전략자원 항구이자 관문인 다윈항 장기 임차계획은 노던준주 정부가 5억600만 호주달러(약 4355억원)를 받고 운영 통제권 100%와 항만 소유권 80%를 넘겨주면서 99년간 임대해줬다.


중공은 호주의 일대일로 협약 파기에 대해 위협을 가했지만 호주 정부는 “우리는 자신의 국익을 보호하는 데 있어 명확하고 일관되게 행동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아예 한술 더 떠 추가로 중공과의 관계 정리를 위한 협약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더튼 국무부 장관도 “호주는 베이징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사실상 중국과의 외교적 단절에 가까운 국면으로 몰아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우리의 가치관, 강제로 팔지 않을 것"


중국은 호주에게 있어 전체 국가 교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상당히 큰 나라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 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호주는 중국인 관광객 130만 명을 통해 15조원을 벌어들였다. 뿐만 아니라 전체 유학생의 30% 가까운 17만 명의 중국 청년이 대학 재정을 굳건히 떠받친다.


이렇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크다 보니 중공은 호주를 우습게 본 듯 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편집장 후시진이 “호주는 신발에 붙은 껌 같은 존재라 가끔 돌에 문질러 줘야 한다”는 모욕적 발언을 한 것은 그 예로 볼 수 있다.


양국의 이 같은 갈등은 호주 정부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호주의 주장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 조치로 지난해 5월부터 호주 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중국산 맥주 원료로 많이 쓰이 는 호주산 보리에도 최대 80.5% 관세를 부과하더니 지난해 하반기부 터는 아예 수입을 금지해 버렸다. 호주산 와인에 대해선 반(反)덤핑 명목으로 수입을 제한했다.


그러나 스콧 모리슨 총리는 “우리 가치관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압박에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주는 스파이 활동 혐의로 중국인 학자들의 비자를 취소했고, 호주에 있는 중국 매체 기자들의 숙소를 비슷한 혐의로 수색했다. 또 중국 기업의 호주 회사 인수 계획을 국익에 반한다며 막아 세웠다.


그러자 중국이 또다시 호주를 겁박했다. 지난해 11월 17일 호주 캔버라 주재 중국대사관은 현지 언론 기자들을 불러 호주 측의 반중(反中) 사례 14가지를 적시한 문건을 전달하며 호주를 비판했다.


중국 측은 호주가 중국의 인권 문제나 홍콩, 대만,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은 중국 공산당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핵심 이해관 계라면서 호주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나인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당시 한 중국 외교관은 "중국은 화가 났다. 중국을 적으로 만들면 중국은 적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러한 중국의 위협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그 부분(중국이 문 제를 제기한 부분)은 우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규정하는 근본가치에 관한 문제”라며, “중국은 그 부분을 양국 갈등의 원인이라고 주장 하지만 호주가 호주다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긴장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 호주가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협약파기를 했다는 것은 중국의 자존심을 뒤흔든 것이고, 특히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완전히 깎아내린 도발성 공격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호주의 일대일로 사업 파기는 호주로 그치지 않고 향후 주변국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중국으로서는 우려가 클 것이다.


이에 중국의 관영언론들은 호주를 맹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며, 반 호주 선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매우 당당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호주는 중국의 전방위적 무역 보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이 전년도인 2019년와 별 차이가 없다.


2019년의 대중국 수출은 1484억 호주달러, 2020년에는 1452억 호주달러로 겨우 32억 달러만 감소했을 뿐이다.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선방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강력한 무역 보복에도 호주의 대중국 수출액은 왜 별 차이가 없을까? 그것은 바로 철광석이 대중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호주산 고순도 철광석은 대체제가 거의 없어서 중국이 수입을 제한할 경우 자국 제철소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석탄 또한 중국 입장에서는 대체하기 힘든 품목이다.


■ 자충수 된 석탄 보복


석탄은 중국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가격이 비싸고 질이 낮아 발전소들은 외국산에 의존한다. 그러나 중국은 호주에 대한 보복을 위해 석탄 수입량을 대폭 줄였다.


이로 인해 지난 겨울 중국 전역에서는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과 난방 중단 사태가 속출했다.


중국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지역인 광둥성 일대 광저우, 둥관, 선전, 중산, 주하이 등지에서 전력과 수도공급이 끊겨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으며, 창장(長江) 이남인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와 장시(江西), 후난(湖南)성 등에서도 전력난이 속출했다.


중국은 2019년 한 해 석탄 총 2억 6500만t을 수입했다. 호주산 석탄은 한때 중국 전체 석탄 수입의 57%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지만, 중국 정부는 호주에 대한 보복으로 수입량을 28% 수준까지 줄였다.


호주는 중국으로부터 수출을 금지당한 보리나 쇠고기, 면화 등을 한국, 멕시코, 일본, 베트남 등지로 판로를 다변화하며 중국으로 부터의 수출 감소분을 메꿨다.


호주산 와인과 랍스터들도 타격을 입었지만 전체 수출에서 이들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정도다.


결국 호주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깡패국가’라는 비난을 받으며 국격을 손상시켰다.


이와 관련해 프란세스 애덤슨 호주 외교통상부 차관은 지난 4월초 애들레이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호주 정부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토론하면서 상호 이익을 위해 대화하고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중국은 대화와 협력의 전제로 우리에게 핵심 국익을 양보하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덤슨 장관은 호주가 지켜야 할 핵심 국익으로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규칙의 준수, 학문과 언론의 자유 등을 들었다.


댄 테한 무역·관광·투자부 장관도 중국이 “신장 위구르 제재에 참여 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나라의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중국에 물건을 좀 더 팔겠다고 민주주의와 인권, 언론의 자유 등의 보편 가치를 양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경제 보복으로 호주의 콧대를 꺾어보려 했지만 손해는 오히려 중국이 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고, 괜히 호주를 건드렸다가 앞으로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 對中 반격 강화


중국의 일대일로를 단절시킨 호주는 중국에 대한 반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일본·호주·인도 경제 담당 장관은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강화 협력 화상회의를 가졌다.


한편 호주의 동맹국인 뉴질랜드도 대중 반격에 동참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5월 3일 "뉴질랜드와 중국의 차이가 서로 조화하기 더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아던 총리는 이날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중국 비즈니스 서밋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세력 확장은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중국과 서로 동의하지 않고, 동의할 수도 없으며, 동의하지 않을 것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만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위구르족의 인권 상황과 관련한 깊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중국 고위 지도자들에게도 여러 번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며,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호주 정부는 중국에 대한 외교적 반격과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력 강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 호주군은 앞으로 10년간 총 223조원을 투자해 전력을 증강하기로 했다. 중국을 사실상의 잠재 적국으로 간주하면서 이러한 국방력 강화에 나서는 것이다.


모리슨 총리는 또한 군기지 개선, 미국과 기동훈련 확대 등을 위해 2026년까지 5억8천만 달러(약 6천450억원)의 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에는 호주 북부 지역 4곳의 군사 기지를 개선하고, 대형 항공기를 위해 활주로를 연장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호주와 미국은 격년으로 기동훈련을 하는데, 올해는 8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통상 호주 동부 해안에서 열리는 이 훈련에는 3만명 이상의 병력이 참여한다.


모리슨 총리는 "미국과 다른 동맹, 인도·태평양 지역 이웃과 협력해 호주 국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계속해서 우리의 이익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 Why Times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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