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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산책] 게임과 현실

편집부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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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작가 : 청현


[SOH] 게임중독으로 입원한 고등학생에게 며칠이 지나 정신과의사가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기에 학교도 가기 싫었냐”고 물었다. 재미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단다. 할 게 없어서 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이 재미없고, 학원에 가도 무슨 말을 하는지 쫓아가기 어려웠다. 공부를 해봤지만, 성적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학원도 그만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 오늘 학교 안 가”라고 큰 소리로 선언하고, 집에서 머물게 됐다.


게임의 중독성이 너무 강해 헤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현실이 재미없고 짜증 나는 일만 있기에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게임중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속내를 보면 ‘현실 도피’였다.


사실 게임 세계는 현실 세계와 달리 노력한 만큼 보상이 있는 공평함이 특징이며, 실패를 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주기 때문에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공정한 규칙 안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적당히 어려운 수준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결국 해결해내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갖고 몰입하게 하는 점이 매력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름 꽤 오래 노력을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취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일등만 아는 암울한 세상이다. 내신 관리가 안 되면 아무리 수능을 잘 봐도 소용이 없고, 한 번만 시험을 잘못 봐도 상위권 대학은 포기해야 한다. 무언가에 몰입할 때 사람은 살아 있다는 것을 최고로 느끼고 삶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몰입할 기회를 얻기보다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낄 일이 더 많다.


청소년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게임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하고 끊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것,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하고 현실 세계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현실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만들고, 현실을 도피하게 만든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좌절로 10대를 보낸 이들이 20, 30대가 되어 청년실업과 사회적 고립에 몰린다면 문제는  훨씬 커진다. 작은 고시원과 PC방에서 현실과 담을 쌓은 채 게임 안에 머물다 언제가 돌변해 ‘묻지 마 폭력’으로 방향 전환을 할지 모른다. ‘잠시 정지’에 머물러 있는 삶이라는 게임을 현실 세계에서 조속히 재개하도록 할 사회적 도움이 절실하다.


근본은 청소년 셧다운 같은 법령의 강화 이전에 도덕(德性)에 기초한 수심양성(修心養性), 즉 심성의 승화일 것이다. 더 나가 건강한 놀이문화의 개발육성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그 중 하나가 음악이다. 음악은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상한 영혼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강술래 마당놀이 등 우리의 전통 풍류놀이가 청소년의 사회성 육성의 비전(秘典)이 아닌가 싶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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