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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TV] 한국에선 당연한 ‘전 국민 신분증’... 선진국엔 왜 없을까?

미디어뉴스팀  |  202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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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우리나라에선 아기가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는 순간 국가가 13자리의 숫자를 붙여 준다. 주민등록 번호다. 그리고 17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주민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당연할 걸까? 그렇다면 대다수의 나라에선 왜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이 개인식별번호가 사용되었기에 우리는 대부분 이에 대한 의문조차 갖지 않는다. 국가는 우리를 이 숫자로 분류해 관리해오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이 주민등록번호와 연결되어 있다.

입학할 때, 입대할 때, 취직할 때, 세금낼 때, 병월갈 때, 집을 살 때, 이사할 때 심지어 핸드폰을 살 때도 그렇다. 이 숫자를 통해 내가 한 일은 모조리 국가에 보고된다. 그러니 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내가 한 모든 일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진국들은 일부러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지 않는다. 

물론 나라마다 나름의 개인식별번호가 있긴 하다. 우리와 다른 점은 정부가 국민에 대한 정보 수집을 최대한 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모든 것을 주민등록번호로 통합한 우리와 달리 선진국에선 여권, 운전, 조세, 복지 등 목적별로 나누어 카드와 카드번호를 발급하고, 이걸 최대한 행정에 사용한다. 

그리고 대개 번호는 아무 의미 없는 일련의 숫자로 되어 있다. 생년월일, 성별, 태어난 지방을 알 수 있는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에는 전국민에게 발급하는 ID카드가 있긴 하다. 운전면허증과 함께 신분증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모든 일상에서 ID카드를 요구하는 일은 없다.

국가가 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보관하는 것도 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게다가 평생 하나의 주민등록번호를 갖는 우리와 달리 10년간 한시적으로 사용되는 임시번호다. 이보다는 의료보험번호, 연금보험번호, 납세자번호 등 목적별로 다양한 번호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일본도 사실상 신분증이 없는 사회이다.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전 국민적인 신분증을 만들려고 시도해왔다. 사실 행정 효율만 따지면 국민 모두에게 번호를 붙이는 것만큼 편한 방법도 없다. 그러다가 2016년에야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마이넘버카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극심한 반대여론 때문에 이를 의무화하지는 못했다. 그랬더니 발급률이 2020년까진 20%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한 재난지원금이 이 카드와 연동되면서 최근 발급이 급격하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30%대 이다. 정부에 순응적인 일본 국민이 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협조하지 않은 것일까? 그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사생활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유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미국 역시 전 국민이 갖는 신분증은 없다. 다만 9개 숫자로 이루어진 사회보장번호가 그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고유의 기능인 조세, 복지는 물론 은행, 임대, 여권발급, 인터넷 신청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이 번호를 통해 그 어떤 개인정보도 알 수 없다. 사진도 없으니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당연히 법죄자에게나 하는 지문 채취는 상상도 할 수 없으며, 발급이 강제도 아니다.

신분증과 개인식별번호 없는 나라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왜 그런지룰 알려면 사실 영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된다. 많은 나라가 영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영국에선 살면서 관공서를 갈 일이 거의 없다. 각종 서류와 신고 때문에 빈번하게 동사무소 등을 드나들어야 하는 우리와 달리 영국에선 흔히 평생 3번만 가면 된다고 한다. 출생신고, 혼인신고, 사망신고를 할 때이다. 이중 출생신고와 사망신고는 본인이 하지 않으니 결혼만 하지 않으면 관공서를 한 번도 가지 않고 살 수 있다.

물론 이사를 해도 관공서에 전입신고란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주민등록이란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는 국민이 어디에서 사는지 알길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알아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영국에선 투표도 신분증 없이 할 수 있다. 유권자 등록이라는 절차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선거날 투표장에 가서 주소와 이름만 밝히고 원하는 후보를 찍으면 그만이다. 국가는 국민의 말을 그냥 믿어야지 함부로 신원을 의심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출입국 관리도 하지 않는다. 국민이 나라를 드나드는 것을 국가가 왜 얼아야 하는 것이다. 영국에선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여권을 만들려면 반드시 신분증이 필요한데 어떻게 할까?

우선 대부분의 나라처럼 운전면허증이 1차 신분증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운전면허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엔 동네의 나름 명망 있는 사람을 찾아가 여권에 붙일 사진 뒤에 “이 사람이 여권 신청인 맞음”이라고 써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출생증명서와 함께 제출하면 대부분 이것으로 끝이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기엔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것 같지만 국가는 국민이 그렇다는데 확실한 이유없이 의심하면 안 된다는 분문율이 여기서도 작동한다. 개인식별번호와 신분증이 없어서 영국에선 실제로 대리투표도, 가짜여권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영국에선 지금까지 이것을 고수하고 있다.

역대 여러 정부에서 우리와 달리 행정 효율을 위해 우리 같은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영국 의회에선 보수와 진보가 힘을 합쳐 이를 부결시켜 왔다. 왜 그랬을까? 

국가가 너무 많은 힘을 가질까 봐 경계해서다.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는 필연적으로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의 속성이기도 하고, 마치 히틀러의 독일처럼 국민이 늘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영국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주민등록제가 시작될 때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 1961년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 군사정권은 무엇보다 주민등록제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여론에 밀렸다. 그러다가 1968년 김신조 무장간첩 사건을 계기로 이를 밀어붙였다. “주민의 이동실태를 파악해 남파간첩을 색출하고 유사시 인력 동원을 위해”라는 정부의 살벌한 배경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다가 1875년에 지금과 같은 믾은 정보가 담긴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제로 개편됐다. 유신 시대에 국민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지금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때 2만 3천여 종에 이르는 민원서류에 주민등록번호 기입란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정부는 출생, 결혼은 물론 학력, 병력, 병역, 혈액형 등 140개가 넘는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영국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이 두려워하는, 주민등록제가 가져올 지나친 국가 권력과 국가의 국민 통제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의 주민등록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을 영국 같은 서구처럼 없애야 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시작은 국민 통제였지만 우리는 이제 이 주민등록제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정부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미 효울과 편리함, 신속성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봤다. 국제적인 찬사를 받았던 코로나 대응과 백신접정, 재난 지원금은 모두 주민등록번호라는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 편리한 행정서비스에 취해서인지 우리는 세계에서 유독 국가가 개인정보를 맘껏 가져가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폐지가 이니라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정말 국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해도 괜찮은 것일까? 

정말 우리는 “국가의 힘이 너무 세서 우리를 통제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서구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다.  / 지식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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