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프랑스 화장품 대기업인 로레알(L＇Oreal)사의 브랜드 랑콤(LANCOME)이 민주화 운동 지지자로 알려진 홍콩의 여가수가 참여하는 이벤트를 중지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홍콩의 약 16개 정당과 단체가 지난 8일 항의활동을 벌였고, 이 영향으로 이날 홍콩에 있는 랑콤 판매점 영업이 중단됐습니다.

랑콤은 오는 19일 홍콩에서 신규 대리점 개장에 맞춰 광고모델로 기용한 가수 허윈시(何韵诗)의 미니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지난 5일 중지를 발표했고 이튿날 허 씨를 광고에 기용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허 씨는 2014년 일어난 홍콩 ‘우산운동’을 지지하고 적극 참여했으며, 공개 석상에서 민주적 발언을 자주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랑콤이 허 씨의 미니 콘서트를 열겠다고 결정한 후, 중국 관영 ‘환구일보’는 5일, 미니블로그 사이트 ‘웨이보’를 통해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연예인을 기용한 것에 대해 실랄히 비난했습니다. 또 7일 사설에서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기업은 중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일을 절대로 해선 안 된다”고 위협했습니다.

랑콤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홍콩 민주당, 공당(工党), 홍콩 중지(众志), 사민련(社民连) 등 16개 정당과 단체, 그리고 시민 약 200명은 8일 홍콩 중심부에 있는 쇼핑몰, 코즈웨이 베이 타임즈 광장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사민련 우원위안(吴文远) 주석은 공동 성명에서 “랑콤이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은 허윈시뿐 아니라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추구해 온 홍콩 시민과 민주와 자유를 존중하는 세계인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랑콤 측에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또 시민들에게 랑콤제품의 보이콧을 호소했습니다.

이날 시위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는 쇼핑몰에 있는 랑콤 판매점에서 항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로레알은 사전에 시위정보를 입수해 이날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한편 랑콤이 허 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려던 것에 대해 중국 인터넷에서는 랑콤 페이스북과 웨이보 계정에 “어리석은 랑콤, 중국시장 점유율을 잃었다”, “랑콤은 나가라”와 같은 댓글이 쇄도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보도에서 이 같은 중국 내 인터넷상의 랑콤에 대한 공격은 중국 ‘5마오당(五毛党, 5 마오를 받는 댓글 알바를 지칭)’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지난 5월 발표된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인터넷상에서 언론자유를 통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산당을 찬양하고 여론을 공산당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5마오당’을 통해 매년 약 5억건의 댓글이나 블로그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사민련의 우 주석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 정권이 각 기업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고, 강제로 ‘자기검열’을 시키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공산당 정권이 권력을 이용해 해외까지 손을 뻗어 국제 기업을 협박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251억 위안에 달했고, 로레알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30%를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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