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최근 중국 관영 언론에 의미있는 기사가 게재됐다.
지난달 7일, 인민일보 해외판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톡) 사용자 ‘샤커다오 (侠客岛)’는 학습시보(学习时报)에 게재된 ‘위대한 명나라가 멸망 위기에 있다. 그러나 관료들은 무능을 가장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전재했다. ‘학습시보’는 각급 당간부와 지식인을 대상으로 중국 공산당이 중국 내외에 공개 발행하는 유일한 학습 전문지이다.
기사는 명나라가 멸망할 당시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명나라는 1644년 3월 18일 이자성(李自成)에 의해 베이징이 함락되고 마지막 황제 숭정제가 자살하면서 약 280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숭정제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황제로서의 자존심도 벗어 던지고, 베이징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급료를 지급하기 위해 황족과 고관들에게 기부를 호소했지만 황제 일가는 모두 돈을 내기 싫어했고, 대신들도 대부분 경제적 무능을 핑계삼아 아주 적게 기부하거나 회피했기 때문에 그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당시 황제는 그들에게 1명당 3만냥 정도의 기부를 바랬지만 가장 부유했던 환관 왕지심(王之心)이 만냥을 기부했고, 공경대부 ‘위조덕(魏藻徳)’은 겨우 500냥을 기부했으며, 나머지 고관들은 “생활이 어렵다”는 핑게로 수백에서 수십냥으로 적당히 얼버무렸다. 이들 중에는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가장하기 위해 집의 솥을 길에 늘어놓고 노점상을 시작하거나 자신의 집 대문에 집을 판다고 써 붙이는 등 기부금 거출을 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 경우도 있었다.
그 같은 과정에서 모인 기부금은 총 20만냥이었다. 황족과 고관들이 많은 뇌물을 챙겨온 사실을 알고 있던 황제는 그들에게 수 차례 대의를 설득했지만 고관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숭정제는 제위를 이었을 때부터 흐트러진 왕조의 기강을 재건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음식과 옷을 절약했으며, 궁녀의 수도 부족할 정도로 줄였다. 궁중에 있던 금은 식기와 본전의 구리 항아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내놓아 병사의 급료를 충당했다. 기록에 따르면 황제는 궁중에 저장되어 있던 고려인삼까지 팔았다고 한다.
기사는 말미에서 “황제 앞에서는 궁핍을 구구절절 호소하던 철공계(鉄公鶏, 구두쇠를 뜻함)들이 베이징이 함락된 뒤 이자성의 군대에는 앞다투어 막대한 재산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사료에는 “이자성의 군대가 대신들을 잔혹하게 고문해 은 7000만냥을 손에 넣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숭정제의 장인이던 주규(周奎)에 따르면 ”대신들이 이자성의 군대에게 수 십대의 마차에 보물을 실어 스스로 갖다바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편 시사 평론가 리린(李林)은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당 기관지에 발표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공산당의 부패는 사회 구석구석까지 만연해 있고 그 부패의 규모가 서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 때, 국영 매체가 명나라 말기의 부패관료를 비판하며, 왕조 멸망을 언급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종말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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