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가 10일 “황싱궈(黄兴国) 톈진시 당 서기 대리 겸 시장을 ‘중대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사흘 뒤인 13일 “리훙중 후베이성 당 서기를 톈진시 당 서기로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직할시인 톈진시는 지리적으로 베이징과 가까워 역대 톈진시 당 서기가 중앙 정치국 위원을 겸임할 만큼 정치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갖습니다. 톈진시 당 서기 인사는 시진핑 정권의 ‘19대(중국 공산당 제 19차 전국대표대회)’ 중앙 정치국 인사 계획과 관련되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장쩌민 파벌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리 서기가 임명됐을까요?
리 씨의 경력은 화려합니다. 광둥성 후이저우(恵州)시 부시장, 후이저우시 당서기, 광둥성 선전시 당 부서기, 선전시 시장 대리와 시장, 당 서기, 후베이성 부성장과 성장, 당 서기 등을 역임했습니다. 리 씨의 승진은 장쩌민 전 주석의 발탁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리 씨는 장 전 주석이 주도한 파룬궁 탄압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미국에 본부를 둔 ‘파룬궁 박해 추적조사 국제기구’는 리 씨에 대해 “반인류죄 등의 혐의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리 씨가 악명을 떨친 사건이 있습니다. 2010년 3월 개최된 ‘양회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리 씨는 자신을 취재하던 여성 기자의 녹음기를 빼앗았고, 리 씨와 동행한 직원은 이 기자를 폭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중국 내외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리 씨에 대한 비판이 쇄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동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리 씨는 후베이성 당 서기로 임명됐습니다.
장쩌민파로 알려진 리 씨는 2012년 4월, 장 전 주석의 측근인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후베이성 우한시를 시찰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7월, 저우융캉이 부패로 실직하자, 리 씨는 공개적으로 시 주석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2014년 12월 22일, 당국이 ‘링지화 전 중앙판공실 주임이 부패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발표하자, 리 씨는 즉시 후베이성 간부들을 모아 당 중앙의 결정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습니다. 또 당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중앙의 지도 핵심’, ‘시 주석에게 배워야 한다’, ‘시 주석의 지도핵심을 옹호해 나갈 것’ 등을 표시했습니다.
이 같은 리 씨의 시 주석 옹호 발언은 일정한 효과를 냈습니다. 지난해 7월 24일, 중기위는 “저우번순(周本順) 허베이성 당 서기가 부패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중기위는 웹사이트에 후베이성 당 서기로 있던 리 씨에 대한 독점 인터뷰를 게재했습니다. 두 당 서기에 대한 이 같은 상반된 대우는 리 씨의 추종 노선 변경의 효과를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 주석이 장파인 리 씨를 톈진시 서기로 임명한 목적에 대해 세 가지 추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첫째는 ‘권력의 장악’입니다. 시 주석 취임 전에는 장쩌민파가 정치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시 주석은 취임 후 인재 부족에 직면했습니다. 시진핑 정권은 최근 3년간 100명 이상의 장파 관련자를 실각시켰지만, 현재의 중국 공산당 체제로는 장파 관료들을 전부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 진영으로 추종 노선을 바꾼 관료를 기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시에 당내 권력투쟁을 관망하고 있는 장파 관료에 대해 장파에서 탈퇴하면 요직에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해 관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장파의 내부 붕괴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 씨의 톈진시 서기 취임으로 장파에서 훙싱궈의 배후에 있는 장가오리(张高丽) 현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등의 부패를 적발해 장 씨 등의 실각을 노리는 것입니다. 또 리 씨의 충성심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톈진시에서 일어난 대폭발 사건으로 톈진시는 환경위기 등 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을 지 여부도 이 씨에게 부과된 과제입니다.
셋째, 시 주석은 톈진 시장을 재임 중 실각시킴으로써 당내 고관들에게 승진했다고 해서 정치적 지위가 보장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후, 당내 많은 관례가 깨졌습니다. 그 일례로 톈진시 당 서기가 중앙 정치국 위원을 겸하는 관례가 없어져, 톈진시가 더 이상 직할시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가능성은 황싱궈 전 시장이 2년간 톈진시 당 서기 대리인 채 정식 당위 서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유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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