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지난 11일 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아내인 리자오(李昭·95) 씨가 베이징에서 병으로 사망했다. 17일 오전 베이징에 위치한 팔보산 혁명공원묘지에서 리 씨에 대한 영결식이 진행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비롯해 현직 상무위원 7명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주룽지 전 총리 등 많은 전·현직 간부들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고, 전국 각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모여 들었다.
영결식에 참석한 한 네티즌의 인터넷 포스팅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시 주석을 비롯한 전·현직 간부들이 방문해 애도를 표했지만 관영 언론들은 이와 관련된 보도를 일절 하지 않았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여러 경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 주석 등 상무위원 7명이 영결식에 참석했으며, 이번 영결식에는 당국이 미리 인원수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해 덩샤오핑 영결식 이후 최대 규모가 되었다.
방송은 “참석자들이 이러한 형태로 후야오방 시대에 대한 평가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불만과 실망을 나타내려 했다”고 전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중국인 작가 마라오구이(馬老鬼) 씨는 온라인에 “영결식장은 당 간부들로 장사진을 이뤄, 시민들은 그들이 참례를 끝낼 때까지 약 2시간을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영결식에 약 3000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들었다.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80대 노인이 있었고 칭다오, 쑤저우, 스자좡 등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홍2대(紅二代, 중국 공산당 전 고관 자녀 중 중일 전쟁이나 중국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공헌한 간부들의 자녀를 지칭)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일반 시민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리 씨를 모를 것이지만, 아마도 후야오방을 기리기 위해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현지 매체는 참석자 수를 4000명 이상으로 추정하며, “작은 꽃다발을 든 민중들은 영결식장이 된 팔보산 혁명공원묘지 대례장 밖에서 입장이 허용될 때까지 기다렸고, 지방에서 달려온 사람들도 많았으며,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많은 중국인들이 후야오방과 자오쯔양 시대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참석자들은 실망으로 소침해진 시대, 그리고 그 시대에 존재한 신념과 희망을 보류하고 있다’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베이징의 마이크’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99년 톈안먼 사건을 회고하며, “그 해 사망한 후야오방을 애도하기 위해 톈안먼 광장에 모인 대학생들도 이제 중년이 되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또 후야오방을 실각시킨 덩샤오핑과 천윈(陳雲) 가족이 이번 영결식에 참석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부끄러워 참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89년 4월 22일 열린 후야오방의 장례식에서 리자오 씨는 덩샤오핑의 악수를 거절하며, 공개적으로 ‘모두 당신 탓’이라고 덩을 힐책했다. 리자오 씨는 후야오방에게서 받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보이보(薄一波, 1969년 실각했던 보이보의 명예를 1978년 회복시켜줬으나, 1987년 후야오방 해임에 적극 나섰다)와 덩리췬(鄧力群, 좌파 이론가로, 87년 ‘후야오방의 10대 죄’를 정리해 후야오방 총서기 해임을 적극 지지했다) 장례에 참석도 거부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