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이 부패 단속 대상을 권력과 유착한 기업가에게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고 부호로 알려진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왕 회장이 이끄는 다롄의 완다그룹은 최근 수 개월 동안 약 80%의 국내 사업체를 매각하고 주력 업종인 부동산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가족 경영의 영세기업에서 세계 유수의 대기업으로 도약한 완다그룹 창업자 왕젠린 회장은 경제잡지 ‘포브스’에서 2015년 중국 부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그의 성공 뒤에는 정치 권력과의 유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4월 미국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왕 회장은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와 자칭린 전 중국 정치국 위안, 왕자오궈 전 중앙 정치국 위원 등 공산당 고위층에 넓은 인맥을 이용해 이권 관계를 구축했다.
중국에서는 기업을 운영할 경우 당 고위관료와 정부 상층부에 인맥이 없으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완다그룹은 중국 건설은행 등 다수의 국유 은행으로부터 풍부한 자금을 대출 받아 모든 분야에 진출했다.
완다그룹은 2012년부터 레버리지에 의한 해외기업 매수에 뛰어들어 해외 영화관과 스포츠 관련 기업의 매수·합병(M&A)에 약 2500억위안(약 43.2조원)을 쏟아 부었다. 관영 언론은 최근, ‘완다 그룹의 해외투자에 자금은 대부분 은행으로부터 빌린 것’이라며, ‘과도한 대출로 자금의 해외유실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은행은 기업에 대출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다. 때문에 대출을 통한 과도한 해외기업 매수는 국내 금융 리스크 발생률을 높이게 된다.
이외에 중국의 외화 보유액은 3년도 안돼 약 4조 달러(약 691조원)에서 약 3조 달러(약 518조원)로 1조 달러(약 172조원) 가량 감소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부채 감소에 혈안이 되어 있다.
완다그룹의 정확한 부채 규모는 발표되지 않지만, 일부 언론들은 약 6000억위안(약 103조원) 규모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6월 중국 내 대규모 은행에 다롄 완다그룹에 대한 대출 중단을 명령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에 의한 지시라고 알려졌다. 왕 회장이 거액의 외화유출을 초래한 ‘원흉’으로 간주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완다그룹은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전체 77개 호텔, 테마파크, 상업 시설, 복합형 리조트 시설 등 80%의 국내 사업을 매각해, 주력 업종인 부동산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다수의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왕 회장 가족은 중국 내 공항에서 개인 비행기로 런던으로 가려 했지만 공항에서 일시 구속되어 출국을 제지당했다. 또 그의 가족에게는 해외 도항 금지령이 내려졌다고도 한다.
최근 행·증권 대기업인 밍톈(明天) 그룹 창업자인 샤오젠화(肖建華) 회장, 덩샤오핑의 손녀이자 보험 대기업인 안방(安邦) 보험그룹의 우샤오휘(吳小輝) 회장 등 중국 대기업 회장들이 잇따라 구속된 가운데, 왕젠린 회장이 다음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개혁 개방이 시작된 후 30여 년 동안 중국에서 기업경영은 ‘정치권력의 뒷배 없이는 대성할 수 없다’는 정계와 경제계의 이권 관계가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관영언론이 보도한 시 주석의 담화에는 “거의 모든 부패사건에는 임원 주변에 이득을 챙기려는 상인들이 모이고 있다. 어느 부패사건에도 권력과 돈의 뒷거래가 있다. 권력을 제한하는 것은 중국 사회의 난제 중 하나”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잇따른 거물들의 체포는 그들을 ‘후원’했던 세력의 몰락을 의미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허칭롄(何清蓮)은 자신의 칼럼에서 “이제 우샤오휘의 ‘덩샤오핑의 손녀’라는 지위와 왕젠린의 상층부로 통하는 인맥은 무가치가 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