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5일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1차 회의(1중 총회) 폐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고 지도부의 새 구성원들을 소개하고 향후 집권 포부를 밝혔다.
시 주석은 당시 고대 시인의 명구 ‘부요인과호안색, 지류청기만건곤(不要人誇好顏色,只留清氣滿乾坤)’으로 자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시 주석이 인용한 싯귀의 출처는 중국 원나라 화가이자 시인인 왕면(王冕)의 시 ‘묵매(墨梅)’의 일부이다.
我家洗硯池頭樹 個個花開淡墨痕 (오가세연지두수 개개화개담묵흔)
不要人夸好顔色 只留淸氣滿乾坤 (부요인과호안색 지류청기만건곤)
집에서 그림공부하며 못가의 매화나무 그렸지
엷은 먹이 흔적 남겨가니 송이송이 꽃이 피어나네
다른 사람에게 너무 화려한 색채 뽐내지 마시라
맑은 기운만이 하늘과 땅에 흘러야 하리니
왕면은 원나라 말기 저장성 출신으로 시인이자 문학가, 서예가이자 화가로 활동했다. 그는 농가에서 태어나 매일 방목하면서 연꽃을 그렸고 밤에는 절에서 새어 나오는 빛으로 학업에 힘썼다.
풍부한 학식으로 시문을 지었고, 매화와 대나무, 돌 등을 소재로 한 수묵화를 즐겨 그렸던 왕면은 구리산(九里山)에 은거하고 난 후 그림을 팔아 여생을 보냈다.
이 싯귀는 명리에 담박했던 왕면이 시에서 매화를 주제로 속세에 아첨할 수 없다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발언에서 고시(古詩)를 인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원자바오 전 총리도 최고 지도부에서 퇴임하기 수개월 전인 2012년 11월, 동남아 순방국인 태국에서 다음과 같은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의 싯구를 인용했다.
亦余心之所善兮 (역여심지소선혜)
雖九死其猶未悔 (수구사기유미회)
伏清白以死直兮 (복청백이사직혜)
固前聖之所厚 (고전성지소후)
역시 내 마음의 착한 바 있어
비록 아홉 번 죽어도 오히려 후회 없네
맑고 결백함에 굴복해 죽어도 정직한 것은
진실로 성인이 중시한 바로다
원 전 총리는 당시 국내외의 중국인들에게 자신을 부디 잊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시 주석은 2012년 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후, 중국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그 자신도 발언에서 종종 고대 명문(名文)을 인용해왔다.
시 주석은 수년 후 퇴임 시, 어떤 싯구로 자신의 정치인생을 총괄할까?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