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중국 베이징시 푸여우제(府右街) 135호에는 간판이 없는 거대한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바로 전 세계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의 소프트 파워를 침투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중앙기관인 당 통일전선공작부(이하 통전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통전부의 해외 선전공작 실태를 밝히는 탐사보도를 했다.
도로를 따라 약 200미터까지 계속되는 통전부 부지는 마치 세계를 재패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야망을 상징하는 듯하다. 과거 최고 지도부 간부는 ‘통일전선 공작으로 세계를 접수하겠다’며 호언했다.
FT는 통전부가 최고 지도부의 지시대로, 특정 단체와 개인을 구슬려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경우에 따라 공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통전부의 주요 임무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 운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 것>, <해외에서 영향력을 강하게 하는 것>,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FT는 전 세계에서 실행하는 공작 임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기재돼 있는 통전부의 간부 양성용 교재를 입수했다.
교재에는 통일전선 수법에 대해 ‘단결할 것 같은 세력을 빠뜨리지 않고 우리편으로’, ‘상대에게 친절·관용의 태도로 대한다’고 되어 있는 반면, 적대세력은 냉담하게 완전히 고립시킨다’고 명기돼 있다.
통일전선 공작은 ‘절대적인 필살기’로 불린다. 통전부 서열 2위의 장이중(張裔炯)부부장은 10월 정기 기자회견에서 “당의 지도하에 우리는 이 필살기를 더 잘 사용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총 9개 지국으로 구성된 통전부는 공산당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되는 영역을 포괄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3지국은 홍콩·마카오·대만을 포함 전 세계에 분산된 6000만 명의 재외 중국인을, 제2 국은 종교단체를, 제7, 9지국은 티베트,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관할하는 등이다.
당 지도부는 최근 통일전선 공작을 당 체제로 전환했다. 2015년부터 당과 국가의 각 중앙기관에 배치된 통전부원 수가 급증했고, 재외 대사관에는 반드시 통전부 관계자가 주재하고 있다.
해외 중국인에 대한 공작은 더 큰 폭으로 강화되고 있다. 재외 화인 6000만명 중 80%가 외국 국적이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들을 자신들의 선전을 담당하는 소중한 전력으로 간주한다.
통전부의 교재에서는 해외 중국인의 지지를 얻기 위한 여러 기법도 가르치고 있다. 화교와 조국은 ‘골육의 관계’, ‘중국 인민의 위대한 부흥에 관한 것’이라며 애국심을 부추긴다. ‘이용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일부 화교단체와 개인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는 방법은 이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수단이다.
수차례 통전부의 활동에 관여했다는 영국 거주 중국인 학자에 따르면, 통전부와 연결된 계기는 한 파티에 초대되면서부터였다.
당시 파티는 중국 공산당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것이었고, 당시 행사에서는 당 간부가 우수한 유학생과 학자에게 장학금과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알려진 데 따르면 자금을 갹출하는 것은 통전부이며, 많은 나라에 있는 ‘중국 해외 교육학자 발전기금위원회’가 그 실무를 담당한다.
이들이 지급하는 장학금과 보조금은 공짜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의무’가 포함된다. FT의 취재에 응한 호주 국립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2명은 유학생 조직 ‘중국학생학자연합회’가 중국 대사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그 예로, 리커창 총리가 캔버라를 방문했을 당시, 이 단체는 수백 명의 중국인 학생을 모집해 항의단체 대열을 저지했다.
시드니 과학기술 대학의 펑충이(馮崇義) 교수는 “호주의 경우, 중국 정부의 화교 단체에 대한 영향력은 90년대에 현저히 강해졌다”며, “거의 모든 단체와 대부분의 중문 매체를 통제해 여러 대학에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외 화교사회 이외에, 서방국가의 정계 침투는 통전부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 시의원 선거에서 화교들이 다수 당선된 것이 그 ‘성공 예’로 위에서 소개한 교재에도 소개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2003년 토론토 시의원 선거에서 중국계 입후보자 25명 중 6명이 당선됐고, 2006년에는 44명 중 10명이 당선되었다.
교재는 이에 대해 ‘해당 국가의 상류층 단체와 개인을 겨냥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수면 아래에서 진행’ 한다는 구체적인 수법을 전수하고 있다.
한편, 각국은 중국 공산당의 침투 공작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뉴질랜드 국가 정보국은 자국의 중국 출신 국회의원이 10년 가까이 중국 공산당 군사대학에 재학·근무한 통전부 공작원임을 밝혀냈다.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정치유세 활동 실태를 본격적으로 수사하도록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0년, 캐나다 국가 정보국 국장은 여러 국가의 주요 간부들이 외국 정부, 특히 중국 정부에 조종되어 이들 국가의 대변인이 되었다고 경고했다. 최근 수 개월간, 호주 주요 언론은 중국 정부가 호주의 정치에 영향을 주기 위해 첩보활동 벌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김주혁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