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의 IT 최대기업인 텅쉰의 창업자 마화텅(馬化騰) 회장과 PC 최대기업인 레노버 창업자인 류촨즈(柳傳志) 회장이 최근 계열사 요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도 지난 10일 회장직에서 퇴임했다.
거물급 경영자들의 잇따른 퇴임은 중국 공산당 정부가 ‘공사합영(公私合營)’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민간기업의 국유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시 정부는 최근 관내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 등 100개 대기업에 상주 관료들을 대거 파견해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항저우시 정부는 지난 20일 관료 100명을 ‘정부 사무대표’로서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 자동차 제조업체 길리기차(吉利汽車),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 해강위시(海康威視) 등 대기업 100개사에 파견했다.
이에 대해, 시 정부는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제조업계획(新製造業計劃)’의 일환으로 각 민간기업들의 정부 관련 업무를 돕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또, 인터넷에서는 산시성 당국이 실험적으로 당국 직원들을 민간기업에 파견해 재무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민간기업 퇴장론’과 ‘공사합영’을 주창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민간기업 통제는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을 삼키기 위한 밑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경제 전문가 우샤오핑(吳小平)은 작년 9월 중국 매체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중국에서 민간경제는 공유 경제의 발전을 돕는다는 역할을 끝냈기 때문에 서서히 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유 경제와 융합한 대규모 공사(公私) 혼합형 경제가 향후 경제 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인력 자원 및 사회 보장부의 치우샤오핑(邱小平) 부부장은 ‘전국 민간기업 민주 관리 회의’에서, 민간기업이 직원의 주체적 지위를 견지하고 직원을 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하고 기업 발전의 성과를 공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산당의 지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민간기업의 국유화 첫걸음이 된 ‘공사합영’을 진행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의 국정 지문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의 위안아이핑(袁愛平) 위원(후난성)은 치우 부부장의 발언 다음 날, 수십명의 후난성 대기업 사장들로부터 “국가가 앞으로 민간기업에 퇴장을 강요하는 정책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는 등 민간기업들이 크게 동요하며 불안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국은 민간기업 퇴장론을 부정하며 “향후에도 민간기업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민간기업에 당 지부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지난 수 년간 당국이 진행한 반부패 운동으로 민간기업가들이 잇따라 체포됐다.
은행과 보험사, 부동산 개발회사 등을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인 밍톈(明天)그룹의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이 2015년 1월, 홍콩에서 본토로 연행됐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샤오 회장은 구속된 후, 400억 위안의 개 인자산에 대해 당국의 요구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안방(安邦) 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呉小暉) 전 회장은 2017년 6월에 구속되어, 그 후 재판에서 사기와 직권남용죄로 징역 18년의 실형 판결을 선고받았다. 당국은 우 전 회장의 개인 자산 105억위안을 몰수해 안방 보험그룹을 정부의 관리하에 두었다.
공사합영은 50년대에도 실시됐다. ‘사회주의 개조’를 추진하던 당국은 12만개의 기업에 공사합영을 강요했다. 이를 거부한 기업가는 사형을 선고받거나, 이유없는 죄목으로 투옥되었다. 1966년 이러한 기업들은 모두 ‘국유화’됐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이 국면을 넘기 위해 중국 당국은 ‘계획경제’로 돌아가기 위한 포진에 착수했다는 정보가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연구소의 샤예량(夏業良) 객원 연구원은 당국이 자금의 해외 유출과 대규모 실업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예방을 위해 공사합영을 꾀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의 모든 민간기업과 외자기업이 공산당의 지배하에 놓일지도 모른다.이에 앞서 먼저 퇴임한 각 기업의 대표들은 오히려 행운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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