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에서 시진핑의 3연임을 위한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숙청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11월 시진핑 중국공산당(이하 중공) 총서기 집권 이래 9년 간 부패 혐의로 처벌한 관료만 374만여 명에 달하며, 특히 중국 사회의 기강 및 질서를 책임져 온 공안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도 함께 벌어지면서 올 들어 규율 위반과 부패 등으로 입건돼 조사 중인 공안, 법원, 검찰 분야의 고위 간부 숫자는 전국적으로 2만7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5월 말에는 상하이 등 10여개 성시(省市)의 전·현직 공안국장, 법원장, 검찰원장 등이 줄줄이 낙마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9일 중공 관영 중국망(中國網)에 따르면, 중공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샤오페이(肖培) 부서기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경축 기자회견에서 “당 중앙의 지도하에 전국 기율·감찰 기관은 부패와 연관된 408만 9000명을 적발해 이중 374만 2000명에 대해 기율에 따른 정무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샤오 부서기는 이어 "부패 척결 압력에 시달리다가 자수한 이가 4만2천여 명"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2014년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업인 '톈왕'(天網) 행동' 이후 120개국으로 도주한 9천165명 중 2천408명을 체포해 217억3천900만 위안(약 3조8천60억 원)을 회수했다"면서 "적색수배자 100명 중 60명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고 말했다.
■ “공산당 집권의 최대 위험 요인은 부패”
시진핑은 집권 이후 공산당 집권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패를 지목하고 ‘발본 색원’과 함께 대대적인 처벌을 단행해 왔다.
그는 지난 1월 22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기율 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5차 전체회의에서도 “정치 부패가 가장 큰 부패”라며, “일부 부패 분자들이 당과 국가권력을 훔쳐 비조직적 활동을 벌이기 위해 이익집단을 결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정치와 경제 문제가 뒤엉켜 당과 국가정치 안전을 위협한다”며, “많은 부패 분자가 경제적으로 부패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탈바꿈하여……정치 기율과 정치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은 “어떤 부패 분자들은 매우 깊이 숨어있고 잘 위장 할줄 알며……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다”, “반부패 투쟁에서 조금이라도 느슨해졌다가는 그간의 성취가 물거품이 될 것”, “반부패는 선택이 아니라 기필코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진핑은 “호랑이와 파리(부패한 고위 관료와 하급 관리)를 함께 잡겠다”며,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실제로 중국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한 부패 척결, 특히 고위직 부패 사범을 겨냥한 ‘호랑이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월 22일, 중앙기율위 소식을 보도하면서 “7명의 고위직 간부를 부패 혐의로 적발해 징계 통보를 발령했다”며 “이들 7명 중 6명은 모두 당 정치 기율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정치 기율을 위반해 당적을 박탈당한 사례로 덩후이린 전 충칭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 원궈둥 전 칭하이성 부성장, 류궈창 전 인민은행 부행장 등을 들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공안부 사이버 공작부장을 지냈으며, 40여 년간 공안통으로 중국에서 IT를 통한 정보 공작의 총책을 지낸 류신윤이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류신윤이 몰락은 덩후이린 전 충칭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과 쑨리 전 공안부 부부장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반부패 혐의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졌으나 전문가들은 반시진핑 파에 대한 숙청으로 보고 있다.
특히 류신윤의 체포는 그가 중국의 인터넷 감시망을 책임져 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중국·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상이군인 출신으로, 국가심계서 부심계장과 인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2007년 파산 직전의 농업은행을 맡아 세계 10위권 은행으로 키워낸 샹쥔보(項俊波) 전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의 체포도 중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차기 중공의 지도자 군으로도 손꼽히던 그는 2017년 4월 ‘엄중한 기율위반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 중급 인민법원은 지난해 6월 그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야오강(姚剛) 증권 감독 관리 위원회 부주석(차관)의 낙마 역시 충격적이다. 그는 2015년 중공 증시 대폭락 이후 당국의 금융업 전반에 대한 부패조사 과정에서 낙마한 최고위급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2008년 이후 증감위 부주석으로 재직하며 ‘기업공개(IPO)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얻었으나, 10년 만인 2018년 뇌물수수 및 내부자 거래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 정적 제거, 군부로 확대
일본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지난 2월 16일, “시진핑에 의한 중공의 숙청 작업이 초기에는 정적 제거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최근 들어 고위급들에 대한 숙청은 줄었고 이제는 하위급들에 대한 징계 작업들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위급에 대한 숙청이 줄어든 것은 지금의 고위급들이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에 임명된 사람들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시진핑 집권 초기에는 주로 권력 다툼으로 인한 정적 제거의 도구로 숙청 작업들이 이뤄졌다. 실제로 시진핑 집권 1기 5년 간 낙마시킨 인물 대부분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측근이거나 후 전 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과 관계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진핑 집권 1기에 사실상 숙청당한 이들은 차세대 지도자로 거론됐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비롯해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유력 후보로 꼽혔던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당서기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보시라이는 랴오닝(遼寧)성 성장과 국무원 상무부장을 거쳐 2007년 서기로 부임, 차기 대권을 눈앞에 두었으나 시진핑에 의해 2012년 각종 비리 혐의로 숙청됐다.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 역시 2017년 낙마 후 뇌물수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쑨의 후임은 시진핑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일할 때부터 선전부장으로 호흡을 맞추었던 심복 천민얼(陳敏爾)이 맡았다.
부총리로 승진할 것으로 다들 예상했던 런쉐펑(任學鋒) 전 충칭시 부서기 역시 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가 열린 2019년 10월 말 징시(京西)호텔에서 투신, 사망했다. 당연히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인물이었지만 그렇게 비명횡사로 인생을 마무리한 것이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1기 임기동안 부장(장관) 이상의 고위직 인사가 될 자격을 갖춘 당 중앙위원(205명) 중 17명이 낙마했다.
시진핑은 군부와 관련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5월 11일, “지난 4월, 핵 프로그램과 항공모함 개발 관련자들을 포함한 군·공단의 전 현직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내년 가을로 예정된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람은 인자수 전 중국 북공업그룹 회장과 류허청 중국 원자력 공사 회장이다. 중국 최초의 국산 산둥 항모 건조를 관장했던 후원밍 전 중국 조선공업 회장도 체포됐다. 이들에 대한 숙청은 중공의 방산업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은 아직도 군부에 남아있는 장쩌민 전 주석과 가까운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장쩌민은 2002년 당 총서기직에서 물러났지만 그 후로 2년 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으로 남아 군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렇게 정적에 대한 최고위직 숙청으로 점철되었던 숙청 작업은 최근 들어 민심잡기용 숙청으로 변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빈부 격차 확대와 관료사회 부패에 따른 민심 이반 완화를 목적으로 반부패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또 최고위급이 아닌 중간 간부를 대상으로도 축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뇌물로 17억 9000만 위안(약 2억 7900만 달러)의 금품을 수수했으며, 자택에서 무게 3톤에 달하는 2억7000만 위안(약 440억 원)의 현금 뭉치, 집 100채에 내연녀 100명으로 논란이 됐던 라이샤오민 전 중국 화룽 자산운용 회장의 체포와 신속한 사형 집행은 대표적인 민심 수습의 한 예다.
그 후로 진광룽 전 윈난성 공산당 주석도 자진해서 부패를 자백하고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며, 내년의 당대회를 앞두고 전 공무원들에게 부패 자진 신고를 유도하면서 지난해에만 1만 6000여 명이 자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도 지난해를 넘어서는 자수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모키 게이오대 정책경영학과 교수는 "대중에게 공산당의 통치 능력을 보여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시진핑, 3연임용 공포 통치
중공이 부패를 청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베이징 사범대학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중국 인구의 69%에 해당하는 9억6천4백만 명의 월수입이 2000위안(약 33만원) 이하다.
그러나 공산당 간부들은 호가호위한다. 중국 인구의 상위 1%가 나라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소유할 정도다. 그래서 중공은 인민이 아닌 공산당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 사회에서 공산당 핵심 간부들의 부패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16년 BBC에 의해 보도된 각국 지도층의 해외 재산 도피·탈세 정황을 담은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에 중공의 시진핑의 인척 이외에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2명의 친·인척도 등장한다. 이러니 더 말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결국 중공에서의 ‘부패와의 전쟁’은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이나 다름없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공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권위주의 세력이 됐지만 당 내 갈등과 같은 장애물이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당 내 갈등을 제어하는 효과적 수단으로 숙청이라는 정치적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공 내에서 부패와의 전쟁이 대대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내부 권력 투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공은 지금 그런 상황이다. / Why Times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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