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동포가 한 해에 1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허술한 국적 취득 절차를 이용한 탈·불법이 성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판치는 중국동포 불법 국적 취득=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국적자는 1만4881명으로 2004년 7443명에 비해 배나 늘었다. 한국 국적 취득 중국 국적자 중 95% 가량이 중국 동포이고 나머지가 한족인 것으로 추정됐다.
법무부는 2004년 4월 국적법 개정에 따른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1949년 10월1일 이전에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호적이 남아 있거나 부모가 호적이 있고 친인척이 보증을 서주면 국적 취득이 가능해졌고 한국인과 결혼한 ‘혼인귀화’ 중국동포도 크게 늘었다. 현재 국적 취득 허가를 기다리는 중국동포도 3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경찰 등 관계 당국은 한국 국적을 얻은 중국동포 중 상당수가 전문 브로커를 통해 서류 위조,위장결혼 등의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적 취득 브로커들의 불법적인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중국동포들 사이에선 남성 4000만원,여성 2500만원만 들이면 누구나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적발된 이모(68)씨 등 브로커 일당은 중국동포들을 한국인 고아인 것처럼 꾸며 법원에 호적 취득 소송을 낸 뒤 가짜 공증서와 가짜 보증인을 내세워 법원을 감쪽같이 속였다.
전국적으로 수만개에 이르는 이른바 ‘죽은 호적’은 브로커들의 좋은 표적이다. 죽은 호적은 30년 넘게 호적기재 신청 없이 방치된 무연고 호적을 말한다. 범행은 여권 위조 등을 통해 중국동포를 입국시킨 뒤 호적에 기재된 고향의 주변인들을 보증인으로 섭외,호적등본을 발급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2004년 10월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구속한 이모(65)씨 등 2명은 중국동포에게 돈을 받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았다”고 거짓 출생신고를 해준 경우다. 먼저 국적을 회복한 중국동포가 아무런 관계 없는 다른 중국동포를 자신의 자녀로 위장,국적을 얻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위장결혼으로 입국해 2년 후 국적을 얻는 전통적인 방법도 성행한다.
◇부실한 검증 과정=불법 국적 취득이 만연한데는 정당한 신청인지를 가릴 인력 부족이 한몫 한다. 국적 취득 신청자가 폭증하자 법무부는 난민국적과를 별도로 설치,운영 중이지만 담당자는 5명뿐이다. 해당과 직원은 “귀화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업무 과부하가 걸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선 경찰서 외사계 직원도 “행방불명자를 자신의 장인이라고 우기는 등 의심가는 부분이 많지만 직원 6명이 한 달에 100건 이상을 조사하다보니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보증인만 있으면 과태료 5만원을 내고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등의 부실한 검증 체계도 문제다. 무연고 호적도 지방자치단체별로 관리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범죄 수단이 된다.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 김해성 목사는 “취업 입국은 좀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방문 입국은 조금 쉽게 해야 한다”며 “담당 인력 충원 등으로 검증 과정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선 김원철 기자 boky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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