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연인의 질투심이 도하를 뜨겁게 태웠다. 그 열기는 중국 본토로까지 번져 난리가 났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무풍질주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 선수단이 발칵 뒤집어졌다. 불붙은 메달 사냥에 찬물을 끼얹는 전대미문의 구타 스캔들이 터졌기 때문이다. 당구 선수 커플인 청춘남녀가 삐끗한 애정전선에 분을 참지 못하고 야밤에 치고 받는 볼썽사나운 일을 저질렀고 여자 선수는 급기야 남자 친구로부터 얻어맞은 사실을 경기 뒤 취재진들과 인터뷰에서 폭로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질투심이 빚은 어처구니 없는 스캔들의 장본인은 중국의 19살짜리 동갑내기 당구 선수인 톈펑페이와 저우멍멍. 청춘남녀의 사랑 싸움은 아시안게임에서 비롯됐다. 자유분방한 저우멍멍이 도하에서 외국 남자 선수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톈펑페이의 질투심에 불을 질렀다. 야밤에 저우멍멍의 숙소를 찾아간 톈펑페이는“행동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지만 만만찮은 성격의 저우멍멍이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대들다가‘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얻어 맞았다.
폭력으로 얼룩진 사랑 싸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우멍멍은 지난 9일(한국시간) 8볼 개인 8강전에서 한국의 김가영에게 7-1로 패한 뒤 남자 친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경기 직후 믹스트 존에서 가진 중국 취재진들과 인터뷰에서 “어제 저녁 톈펑페이한테 얼마나 맞았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잠도 자지 못해 오늘 경기를 망쳤다”는 충격 발언으로 중국 선수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톈펑페이도 맞불을 놓았다.“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해 때린 것은 잘못이다”면서 “사과하는 마음에‘너도 나를 쳐라’고 했는데 저우멍멍 역시 손톱으로 내 얼굴을 할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우멍멍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톈펑페이의 숙소로 쳐들어가 방안의 집기를 모두 때려부수는 난동까지 피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날 저녁 중국 선수단 임원의 중재로 도하의 야밤을 들썩이게 한 연인들의‘구타 스캔들’은 물밑으로 가라앉는가 싶었다. 하지만 저우멍멍의 폭탄 선언으로 결국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 보도를 접한 중국 국민들은 나라를 대표해 국제종합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철없는 행동을 저지른 것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철 없는 청춘들이 빚은 희대의 해프닝으로 잘 나가던 중국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도하(카타르) | 고진현기자 jhkoh@
[스포츠서울 2006-12-11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