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옥림(徐玉琳 중의사)
데니스가 전신관절과 근육통으로 컵조차 들 수 없다며 내원했다. 그녀의 나이는 45세에 불과했지만 이마의 깊은 주름은 그녀를 노인처럼 보이게 했다.
영원히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눈망울은 삶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고통의 무게를 역력히 느낄 수 있게 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의 손목 부위에 이침(耳針)을 꽂았다. 그 후 머리 위 백회(百會)에 침을 놓고 진료실을 나가려 하자 그녀가 소리쳤다.
“왜 아무것도 묻지 않죠? 저는 통증이 몹시 심해요. 병원에서 수술까지 했지만 치료하면 할수록 점점 더 아파요.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
나는 인내심을 갖고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은 후 말했다, “잠시 눈 좀 붙이세요.”
며칠 후 그녀가 지난 번 보다 밝은 표정으로 내원해 “손의 통증이 좋아졌어요. 이제는 식사할 때 포크도 떨어뜨리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맥을 짚고 설진(舌診)을 한 후 손목에 침을 두 대 놓고 백회에 침을 놓았다. 그녀는 뭔가를 말하려고 하다 이내 말을 삼키고 묵묵히 벽에 걸린 관음보살상을 주시했다.
이후 그녀의 통증호소가 적어지고 병 상태가 호전되자 더 이상 침을 맞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말했다.
“선생님께 치료받은 후 저는 매일 밤 꿈을 꿨어요, 한편의 영화처럼요. 저는 꿈속에서 아주 성대한 법회(法會)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아주 값이 비싼 가사를 두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옆의 어린 스님이 실수로 제 옷에 기름을 쏟았습니다. 저는 어린 스님에게 가사의 가격을 몇 배로 부풀려 말하면서 심하게 꾸짖는 한편, 이렇듯 신성한 곳에서 화를 내는 자신이 가증스러웠습니다. 어린 스님은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저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꿈에 저는 또 강단 위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잇따라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한 층 한 층 상대방을 비판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저는 제가 하는 것이 말만 번지르르한 거짓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 그 어린 스님이 반신마비인 제 아들이예요. 24살 되었지요. 그 아이를 낳은 후 제 몸은 점점 더 나빠졌어요. 제 모든 것을 헌신해도 아들은 늘 불평만 했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너무 커서 휠체어를 밀 힘도 없고, 손이 너무 아프고 저립니다. 그런데도 아들은 휠체어를 제대로 밀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지금 제 두 손이 예전에 제 가사에 기름을 엎질렀던 어린 스님의 그 손처럼 보입니다. 아! 그렇게 박절하고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이것이 평범한 꿈이 아니며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남을 더욱 관대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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