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옥림(徐玉琳 중의사)
[SOH] 내가 병원을 개업한 후 몇 십년 동안 의학서적을 뒤적이며 열심히 자료를 찾았지만, 그래도 나의 의료 지식을 넓혀준 것은 나를 찾은 환자들이었다. 또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처음 나를 찾아온 이유는 금연과 금주 때문이었다. 술과 담배를 무절제하게 즐기며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한 까닭에 그는 실제보다 나이가 훨씬 들어 보였다.
사람들은 왜 술과 담배가 자신의 몸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며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술과 담배를 끊기란 정말 그렇게 어렵고 괴로운 것일까? 나는 늘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본다.
그는 “정말 끊기 어려워요. 저는 하루에 담배 두 갑에 술 한 병씩 마시는데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습니다. 죽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이어갔다. “저는 선생님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은 유명한 의사시니까 어쩌면 제가 술과 담배를 끊을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제게 큰 도리를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 선생님이 이론으로 아는 것보다 제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선생님에게 무슨 비방이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둘째, 한약은 싫습니다. 지금 먹는 양약들과 충돌해 예기치 못한 반응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 놈의 한약 맛은 아주 역겨워 토하기도 어렵고 삼키기도 어렵습니다. 셋째, 내게 무슨 요가나 가부좌, 호흡, 기공을 소개하지 마세요. 다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어요. 넷째, 침을 놓을 때 아프지 않아야 합니다. 나는 선생님이 침을 아프지 않게 놓는다는 명성을 듣고 왔으니까요.”
그의 태도를 대하자, 나는 나도 모르게 파룬따파(法輪大法)을 수련하기 전에 배웠던 십팔반(十八般) 무예의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곧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을 차렸다.
‘그는 환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요구를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파룬따파를 수련하는 의사로서 이만한 관용도 없단 말인가?’
나는 말했다.
“좋아요, 최선을 다해봅시다. 당신이 모든 이치를 알고 있다고 하니 그럼 내가 말할 필요는 없겠죠. 한약도 복용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의지로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일입니다. 가부좌와 단련은 개인의 기본적인 양생 도리인데, 효과가 있고 없고는 당신이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침과 뜸을 아프지 않게 놓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통증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고, 당신의 몸이 침과 뜸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가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미소 지으며 대답하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 침을 놓았고 그는 이내 잠이 들었다.
조금 전의 일을 생각하니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나는 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태도나 방식을 중시하며,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가? 이 역시 우리가 조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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