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덕부(李德孚 중의사)
[SOH] 나의 침과 뜸 기술은 할아버지 대부터 전해진 것이다. 친구들과 이웃은 모두 내가 근면하고 성실하게 의업(醫業)을 행하며 나태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의 피부색과 연령, 성격은 매우 다양하다. 주로 요통과 두통 환자, 위 기능이 떨어진 사람, 어깨, 무릎, 손목과 발목 관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때로는 의사가 포기한 중증 응급환자도 종종 찾아온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중환자가 응급실에 가지 않고 한방치료를 받으러 와요? 혹시 혀를 보고 맥을 짚으며 진료해 오히려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나요?’라며 의아해한다.
사람들은 흔히 한의학이 만성병에 효과가 있을 뿐 응급질환에는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급히 수술이 필요하거나, 내장이 파열되어 대량의 출혈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의학 역시 생명과 신체 각 부위를 보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의 80%는 가슴 통증, 객혈(喀血), 일사병, 기절, 천식 발작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거나 참을 수 없는 응급질환이다. 하지만 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으려면 두세 달씩 기다리는 경우가 흔해 어쩔 수 없어 ‘응급실’로 향한다. 그러나 침과 뜸 치료는 비교적 접근이 쉽고, 환자의 증상을 즉시 호전시키거나 통증을 억제해 환자를 편안히 해줄 수 있다.
침•뜸으로 응급질환을 다스리는 것은 아주 오랜 역사가 있다. 사기(史記)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는 편작이 침과 뜸으로 괵(虢)국 태자를 치료해 기사회생시킨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동진(東晉) 시대 갈홍(葛洪)의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 침과 뜸으로 갑자기 사망하거나 혼절한 사람을 치료한 기록이 있으며, 수나라 때 소원방(巢元方)이 지은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 중에도 침•뜸으로 중풍 및 각종 심장질환을 치료했다는 내용이 있다.
당나라 때 손사막이 저술한 ‘비급천금약방(備急千金藥方)’에는 침과 뜸으로 중풍, 토사광란, 소변이 막히거나 심하게 하혈(下血)하는 증상, 피를 토하거나 허리가 붓는 증상, 뱀에 물리거나 미친 개에게 물린 증상 등 다양한 응급질환을 치료한 이야기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한마디 더하자면 치료율도 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고열로 혼수상태에 빠진 한 환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각종 약물에 과민반응을 보였고 온몸은 약물로 두드러기가 생긴 상태였다. 양의사들도 속수무책이었는데 환자의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호흡도 순조롭지 못했다. 나는 그 환자의 이첨(耳尖 귀끝)에 침을 꽂고 약 7방울 정도 피를 뽑았다. 불과 5분도 채 안되어 환자의 열이 떨어졌는데 상상을 초월한 뛰어난 치료효과에 환자의 가족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양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환자의 고열을 어떻게 이첨 하나로 잡을 수 있었을까? 원리는 창문을 열어 실내의 공기를 신선하게 환기시키는 것처럼 환자 몸 안의 습(濕)하고 뜨거운 독기(毒氣)를 배출시켰기 때문이다.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귀는 사람의 오장육부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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