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덕부(李德孚 중의사)
[SOH] 어느날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진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병원 문밖에서 한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오라는 말을 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가 들은 것은 그의 딸꾹질 소리였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딸꾹질 소리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애써 꺼낸 한마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는 보통 체격의 60대 남자였다. 유태인처럼 보였고 아주 선한 인상을 줬다. 힘들어하는 그를 그냥 둘 수 없어 나는 그를 진료실로 데리고 갔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손으로 그의 귀 뒤를 10초간 눌러줬다. 그 다음 한 치(약 3.3cm) 짜리 침을 이용해 귀 뒤에 있는 예풍혈(翳風穴)에 침을 놓았다. 순간 딸꾹질이 멎었고 그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그는 내게 자신의 병력(病歷)을 들려주었다.
그는 지난 3주 동안 1-2분마다 딸꾹질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방법 없이 그에게 수면제와 생리식염수만 처방했다.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1-2시간은 편했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곧 딸꾹질이 시작됐다.
이렇게 3주를 버티는 동안 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진료실을 찾기 전날 그는 자살을 하고 싶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친구가 나를 찾아가 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침을 놓고 15분이 지난 후에도 그의 딸꾹질은 다시 재발하지 않았다. 나는 “집에 가도 됩니다. 단, 침은 꽂은 채로 1-2시간 지난 후 뽑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불안했는지 진료실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도 그는 진료실을 떠나지 않았고 급기야 그의 가족들이 식사를 준비해 진료실로 가져왔다.
그동안 딸꾹질 때문에 음식을 먹지 못해 수액으로 버텼던 그는 20여 일만에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그는 내가 퇴근할 때까지 진료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딸꾹질이 나지 않자 그는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21일 간의 딸꾹질은 단 2개의 침으로 1초 만에 그렇게 그쳤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