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역풍(亦豐 중의사)
[SOH]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목수 집안의 의자는 다리가 세 개이고, 재봉사 집안의 아이는 엉덩이가 드러나며, 의사 집안의 병은 고칠 사람이 없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었는데 바로 누군가 병이 나면 반드시 붕어탕(鯽魚湯) 한 사발을 먹이는 것이다. 수향(水鄕)인 강남(江南)의 붕어로 만든 탕은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났다. 형제가 많은 우리집에서 내가 붕어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1년 중 설을 쇨 때뿐이었다. 그래서 아프면 붕어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일종의 유혹이기도 했다.
막내였던 나는 2살 위의 오빠가 할머니의 총애로 늘 탕을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오빠가 탕을 마실 때는 마치 쓴 한약을 먹는 것처럼 괴로운 표정이나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표정을 보였다. 나는 속으로 이 탕을 마실 수만 있다면 아파도 좋다고 생각했다.
몇 차례 아프려고 애를 썼지만, 콧물만 나고 아프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나는 정말로 붕어탕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심한 감기에 걸렸다. 할머니께서 펄펄 끓인 구수한 탕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냄새를 맡고는 바로 토했다. 작은 오빠가 내 모습을 보더니 위로하며 말했다.
“정말 먹기 어려우면 내가 도와줄게!”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아 다시 탕을 마시려 했다. 하지만 구역질이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고 두 눈을 뜬 채 오빠가 아주 맛있게 바닥까지 탕을 비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어머니가 진료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물었다.
“왜 오빠는 병에 걸려도 잘 먹는데 나는 왜 울렁거리며 토할 것 같죠?”
어머니가 온화한 말투로 대답했다.
“네가 걸린 감기는 풍한증(風寒症 오한이 나며 바람을 싫어하는 증상)이야. 위가 불편하고 두통과 몸살로 입맛이 사라진단다. 끓인 물을 많이 마시고 한숨자고 나면 좀 좋아질 거야.”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나는 왜 겨우 끊인 물밖에 마실 수 없단 말인가?’
내가 나은 후 우리집의 불문율이 수정되었다. 오직 병이 나야 먹을 수 있던 붕어탕이 평소에도 올라왔다. 어머니의 따스한 눈빛이 ‘병을 구해서는 안 된다. 만약 정말로 병을 구해왔다면 붕어탕을 즐길 수 없어’라고 알려줬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