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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하천에 이어 수돗물까지 점령한 '미세플라스틱'

곽제연 기자  |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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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지구촌의 각 해양과 하천은 현재 ‘미세플라스틱 재앙’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간 후 미세한 크기로 분해돼 그 조각을 반복적으로 섭취한 해양동물(물고기, 바닷새, 거북, 고래 등)은 소화기가 막히거나 손상되고, 소화 용량이 줄어 쇠약해지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 인류를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


세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개한 보고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에 따르면,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어류의 장폐색(장이 막혀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 섭식 변화, 성장 및 번식 장애 등의 영향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1㎜ 이하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드(microbead)’는 치약·세안제·스크럽제 등 생활용품에 포함돼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생활용품뿐 아니라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투, 음료수 페트병이나 버려진 부표, 어망 등이 오랜 시간 마모되면서도 발생한다. 플라스틱은 그 특성상 중금속이나 각종 유해물질을 흡수하는데, 크기가 매우 미세하다 보니, 동물성 플랑크톤처럼 아주 작은 생물을 비롯해 먹이사슬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결국 해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의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 생활 水까지 파고든 미세플라스틱


미국의 비영리 언론기관 오르브 미디어(Orb Media)가 미네소타대학교 공중보건대학과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14개국의 수돗물 샘플 159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83%에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생태계에 이어 하천수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식수로 사용하는 수돗물까지 오염됐다는 사실은 세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와 관련해 우리 환경부도 2016년 9월, 국내 수돗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은 생산될 때부터 이미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폐기된 후 하천이나 바닷물에 흘러들어 잘게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훨씬 더 많은 유해화학물질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렇다 보니 결국 우리도 수돗물을 통해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유해화학물질 먹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먹은 조개, 새우, 게, 생선 등 물고기나 김, 미역 등 다양한 해양수산물뿐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식재료와 음료수에도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을 흡착하는 미세플라스틱


플라스틱의 기본 성분인 중합체 자체는 일반적으로 독성을 띠지 않지만, 제작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첨가된다. 기능 보완을 위해 가소제, 난연제, 자외선 안정제, 열-안정제, 염료, 충전제, 촉매, 용매 등이 첨가되며, 그 외에도 독성물질,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이 포함된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하천이나 바닷물 속의 미세플라스틱은 큰 플라스틱 조각보다 단위 무게당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잔류성과 생물 농축성이 있는 독성물질,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을 훨씬 더 많이 흡수하거나 흡착한다.


그러므로 하수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은 생활하수 중의 수많은 오염물질과 접촉해 더 많은 화학물질을 끌어안을 가능성이 높다.


■ 대책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이 같은 해양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엔환경총회(UNEA)는 2014년과 2015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 2012년 지속가능한 발전회의(Rio+20)에서는 '해양쓰레기 감축'을 공약해, 해당 결의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국가와 이해관계자의 자발적인 조치 시행과 함께 구속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새로운 규범체계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는 'G20 해양쓰레기 실행계획'이 채택되면서 세계 각국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준비에 들어갔다.


프랑스는 지난해 생물 다양성 회복 방안의 일환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식탁용품과 미세플라스틱 화장품과 플라스틱 면봉 등 판매를 금지했고, 영국도 2016년 3월, 2017년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화장품 및 세척제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5월과 7월부터 각각 국내에 유통되는 치약과 화장품에 대한 마이크로비즈 성분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강력한 규제가 아닌 기업의 자발적 형식으로 이루어져  아직 충분한 대책 마련과는 거리가 멀다.


대한화장품협회가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자율규약을 내놓고 55개 화장품 기업이 동참을 약속했지만, 업계 내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이크로비즈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많을뿐 아니라, 치약 등 의약외품은 전 성분의 표시자체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소비자의 감시를 피해나갈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또 기업마다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정의와 적용 범위가 제각각 달라서 소비자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할 여지도 적지 않다.


하천과 해양생태계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머지않아 그 물이 사용된 경작지, 공원, 산림, 하수 찌꺼기가 살포된 토양 등 육상생태계의 오염도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기후변화 및 환경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매년 2000만t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플라스틱이 실생활과 각종 산업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년 2000만t의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지구가 오염돼가는 상황에서, 지금부터라도 경각심을 강화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 등을 통해 2차 배출원 감소를 위한 정부와 기업, 시민들의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AP/NEWSIS)



곽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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