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 민주화 시위가 중국과 홍콩 당국의 초강경 대응 등으로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상원에서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과 ‘홍콩보호법’이 통과됐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19일(현지시간) 구두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로 홍콩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앞서 지난 달 15일 미 하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홍콩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이 홍콩에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홍콩을 우회로로 사용하던 중국 기업들의 관행은 막혀 버린다.
법안은 “2020년까지 행정장관 및 입법의원에 대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제도 마련을 지지한다”며 요구 시한까지 명시했다.
홍콩은 1997년 7월 영국으로부터 이양된 뒤 2047년까지 50년간 자본주의 경제를 보장받고 중국으로부터 반자치를 누리는 특별행정지역으로, 관세·투자·무역 등에서 미국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홍콩에서 수입하는 제품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특별지위’를 기반으로 홍콩은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이나 기업들을 유치하며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법안인 홍콩보호법은 최루탄·고무탄·전기충격기·분사액체 등 집회·군중을 통제 및 진압하기 위한 일체 장비를 홍콩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해 사실상 홍콩 시위사태를 직접 겨냥했다.
상원은 지난주 홍콩 시위가 격화되자 신속 절차를 추진하는 등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섰다. 특히 지난 17일 홍콩 경찰이 홍콩이공대에 진입하는 초강경대응에 나서자 한꺼번에 7명의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법안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반(反)중국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이번 법안은 앞서 지난달 미 하원에서 통과된 홍콩인권법과 내용이 유사하지만 다소 다른 점도 있어 양원은 조율을 거쳐 최종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넘겨 검토 및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내에 재가 또는 거부권 행사를 결정해야 한다.
외신들은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미국 강경파의 승리이며, 이로써 미중 대결의 전선이 더욱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이자 이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법안 통과는 홍콩의 자치주권 침해와 인권 위반에 대한 중국·홍콩 당국자들의 책임을 묻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당신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 법안 통과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홍콩이든 중국 북서부(신장 위구르 자치구)든, 어디에서든 자유에 대한 억압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홍콩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자유에 반대한다면 위대한 지도자도, 위대한 나라도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언론들은 미 양원에서 통과된 홍콩인권법이 미중 관계의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관리는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 올라가면 백악관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재가하면 미-중 무역협상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쪽과 홍콩 사태 등 중국 인권문제에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할 때라고 믿는 쪽이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홍콩 시위대를 가리켜 “폭동”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만약 홍콩에서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나면 미-중 무역협상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홍콩 사태를 두고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은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격하게 반발하며, 곧바로 보복을 다짐하는 성명을 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법안은 사실을 왜곡하고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이라면서 “(미국은) 홍콩 사태에 개입해 중국 내정에 간섭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악행은 미국 스스로의 이익에도 해가 될 것”이라며 “중국 내정에 개입하려는 어떤 시도도, 중국 발전을 방해하는 어떤 수단도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주드 블랑셰트 전문가는 “법안 통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정치적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진단했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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