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H]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총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의 야심찬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일대일로(一帯一路)’에 대해 “관련 국가에 부과된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수십 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일대일로’는 도로와 항만, 철도를 포함한 대규모 현지 인프라 개발 계획이다.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이 계획을 통해 중국 공산당 정부는 각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그 경제 규모는 약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계획은 중국의 대출과 중국 국유기업이 하청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인프라 정비가 구축될 상대국들은 중국 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빚을 지게 된다.
라가르드 총재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서 “이 계획은 채무초과 문제를 초래해 (중국에 대한) 상환금액 증가로 현지 정부의 다른 지출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며, “공공 부채가 이미 높은 국가에서는 자금조달 조건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로 피해를 입은 대표적 나라다. 이 나라는 2016년 해양 전략적으로 중요한 입지에 있는 함반토타 항구의 99년간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내줬다. 중국에 대한 막대한 차관을 상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 ‘글로벌 개발센터’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파키스탄, 몽골, 지부티, 몰디브, 라오스, 몬테네그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8개국이 일대일로에 따른 인프라 정비 계획으로 채무초과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출 수취를 거부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파키스탄과 네팔은 2017년 말까지 중국 기업과 체결한 총 2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수력발전 계획을 취소했다.
파키스탄은 2017년 11월 인더스강 상류 디아머-바샤(Diamer-Bhasha)에서 진행될 예정인 수력 발전 댐 건설 계획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140억달러의 자금 원조를 받기로 했지만 얼마 후 ‘국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파키스탄의 수리전력부에 따르면, 해당 대출 조건은 중국 측에서 기존 댐을 담보로 하고 댐 소유권과 운영, 유지 관리권 등을 중국 측이 모두 갖는다는 조건이었다.
네팔도 같은 달, ‘재무규칙 위반’과 ‘입찰 수와 경쟁사 부족’ 등을 이유로 중국 기업과 합의한 25억달러 규모의 수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중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번 연설에서 중국 정부에 대해, 일대일로와 관련된 대형 계획의 자금 흐름을 공개할 기관을 창설할 것을 제안하고, 관계국의 채무초과, 공공기관에 의한 부패를 막기 위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 AP/NEWSIS)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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