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라는 이른바 ‘실험실 유출설’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19 확산 전에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23일(현지시간) WSJ은 미국 정보기관의 비공개 보고서를 인용,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첫 발병 사례를 보고하기 전인 2019년 11월경 우한연구소 직원 3명이 코로나19와 같은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첫 발병 사례가 확인되기 전 우한연구소 직원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면 우한연구소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원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간 감염 경로가 명확히 규명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우한연구소 유래설을 일축했던 미국 전문가들도 변화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지지하는 정황 증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틀리브 전 국장은 지난해에 나온 증거들은 실험실 유출 시나리오를 가리키지 않았고 따라서 대부분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이를 음모론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이 바이러스의 진정한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이 질병이 발원한 동물과 매개한 동물이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대신 이 바이러스의 연구실 유출설을 지지하는 정황 증거를 담은 보고서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을 강력하게 반박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WSJ 보도 이후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확신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지난 18일 상원 청문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발생했을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나는 중국이 무엇을 했을지에 대해 말할 것이 없으며, 중국에서 무슨 일이 진행됐는지에 관한 추가 조사를 완전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11일 팩트체크 전문매체인 ‘폴리티팩트’가 주최한 행사 ‘유나이티드 팩트 오브 아메리카‘에서도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그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논란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인간 감염 경로가 명확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은 중국 우한에서 지난 1월 중순부터 약 한 달 간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으나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디서 유입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해 ‘부실 조사’란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WHO 조사팀은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한연구소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렸다.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 요구는 국제사회에서도 커질 전망이다.
이날 영국 정부도 “우리는 (WHO의 조사가) 강력하고 투명하며 독립적인 조사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면서 “조사는 코로나19가 어떻게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됐으며 어떻게 확산했는지를 놓고 모든 가능한 이론을 탐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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