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사모아 공화국이 중국과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추진하는 중국몽 세계화의 도구이자 경제영토 확장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사모아에서 주요 논란이 됐던 ‘일대일로 사업에 따른 채무 급증으로 부채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해양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일대일로를 앞세워 태평양 섬나라에 대한 항만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사모아는 동쪽으로 미국의 서태평양 주요 방어선으로 알려진 미국령 사모아섬과 마주하고 있어 중국의 세력권이 커지면서 양국간 격전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사모아에 대한 중국의 항만 건설 계획은 유사시 얼마든지 군사시설로 전환될 수 있어, 중국의 해양 장악 확대에 대한 미국과 이 지역 동맹국들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과 주요외신에 따르면 사모아의 첫 여성총리로 최근 집권한 피아메 나오미 마타파 총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모아는 작은 나라이며 현재 우리의 항구와 공항은 우리의 수요를 충족한다"며, "현재 중국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사모아가 시급히 시행해야한다고 믿기에는 그 규모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크다"고 밝혔다.
사모아는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인구 20만명의 작은 섬으로 지난 2018년부터 중국과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1억6000만달러(약 1811억원) 규모의 아사우 항만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총리였던 투일라에파 아이오노 사일레레 말리엘레가오이(Tuilaepa Sa'ilele Malielegaoi) 는 중국을 강하게 지지한 인물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진행되면서 중국으로부터 받은 융자금이 사모아 전체 대외부채의 40%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부채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당시 사모아 야당 측은 정부의 과도한 친중 행보와 중국 의존도를 비판하며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사모아는 주권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아가 안고 있는 채무는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2,806억 8,500만 원)이며 이 중 40%인 4억 2천만 달러(약 5,122억 7,400만 원)가 중국에 대한 채무이다.
현재 태평양 섬나라 중 사모아 외에도 바누아투 등 5개국도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에 따른 채무 증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양의 스리랑카도 중국과의 일대일로로 빚더미에 앉으면서 지난 2017년 전략적 요충지인 함반토타 항((port of Hambantota)에 대한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겼다.
사모아는 현재 서부 섬들은 독립국인 사모아 공화국, 바로 마주보고 있는 동쪽 섬들은 미국령 사모아섬으로 분리돼있으며, 하와이와 함께 미국의 태평양 주요 군사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태평양 지역 섬나라들에 크고 작은 원조를 통해 이 지역의 최대의 채권자 지위에 올라섰다.
중국의 융자 프로젝트는 주로 항만시설이나 공항, 스타디움 등 사실상 경제 창출이 어려운 규모가 큰 것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돈을 벌 수 없는 인프라를 더 만들면 중국 정부에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결국 중국은 일대일로는 전략적 요충지를 갖춘 개발도상국들에 접근해, 사실상 빚잔치가 될 인프라 건설을 유도한 뒤 그 운영권을 차지하는 경제적 식민 계략에 불과하다.
하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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