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 폭력 시위와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차단 필요성을 주장했다가 ‘중국을 닮아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4일(이하 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최근 일주일간 이어진 시위로 피해를 본 지역 시장 241명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폭동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시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여러분은 (SNS를) 규제하거나 차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결정은 감정에 휘둘려 내려져서는 안 된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은 매우 다행”이라면서 “SNS가 집회의 도구가 되거나 살해 시도의 도구가 된다면 심각한 문제”라고도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시위와 관련 “SNS가 시위대 폭력 행위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틱톡·스냅챗 등 SNS를 통해 프랑스 전역의 폭동·방화·약탈 영상이 생중계되고, 시위 집결 장소와 시간이 공유되면서 젊은이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내각 일부 인사들도 마크롱의 주장에 동조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지난 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SNS에서 폭력 영상을 경쟁적으로 내보내 팔로어 증가를 꾀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이들 커뮤니티가 청년들을 시위 현장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듀폰 모레티 법무장관은 “우리 법은 폭력을 선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익명의 계정 뒤에 숨은 자들을 식별하고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5년 프랑스의 대규모 폭동 당시 내무장관을 역임했던 모레티 장관은 “2005년엔 폭도들이 TV 뉴스를 보고 모방 심리에 거리에 뛰쳐나왔지만, 이번엔 스냅챗과 틱톡이 폭력 행위를 만들었다”면서 “(위기 상황에) SNS는 일시적으로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국, 북한처럼?... 저급한 발상!!”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마크롱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중도우파 공화당의 올리비에 말렉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SNS를 차단한다고? 중국, 이란, 북한처럼? 관심을 돌리기 위한 도발이라고 해도 너무 저급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당 대표인 올리비에 포르도 “인권과 시민권을 보장하는 국가는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과 같은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강경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트위터에 올리며 “오케이 김정은”이라고 야유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에리크 보토렐 의원은 “SNS 차단은 민주주의가 그에 반대되는 도구보다 더 강하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 격화는 ‘톨레랑스(관용)’를 표방하면서도 아랍·아프리카계 이주민을 배제해온 프랑스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다.
크리스털 플레밍 뉴욕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알자지라 기고문을 통해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는 프랑스 사회의 뿌리 깊은 이주민 차별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시민단체 ‘프랑스 옴브즈맨’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진행한 조사에서 ‘흑인 또는 아랍인으로 인식되는 청소년’ 중 80%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하거나 제지받았지만 다른 인종은 16%에 그쳤다.
프랑스의 로레인대학 소셜미디어 전문가인 앤 코디에는 “SNS가 분노를 증폭할 순 있지만, 분노를 유발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7일 교통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북아프리카계 청소년 나엘(17)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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