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태국 수도 방콕 도심의 대로변 호텔 앞에 섬뜩하고 기괴한 형상의 대형 조각상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방콕 후웨이꽝 지역의 바자 호텔 앞에 최근 약 4m 높이의 거대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이 조형물은 ‘크루 까이 깨오(ครูไก่แก้ว)’라는 신화 속 인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온몸이 시커멓고, 붉은 눈동자에 이미에 불 모양의 징표가 새겨져 있는 이 조형물은 황금 송곳니를 드러낸 채 바위에 가부좌한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 불교 단체들은 ‘악마 숭배’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동물 보호 단체들도 일부 시민들이 조각상에 고양이, 개, 토끼를 제물로 바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시민들도 보행자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준다고 항의했다.
전국태국인민위원회(NTPC)는 차드찻 시티푼트 방콕주(州) 주지사에게 “태국 문화, 종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조각상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청원하기도 했다.
폰파쿤 세타야보디 NTPC 대표는 “사람들이 (조형물을) 불상처럼 숭배할 수 있도록 설치한 건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며 “이는 악마를 숭배하는 오컬트 행위를 지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찻잔 싯티판 방콕시장은 조각상 설치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호텔 측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까지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시가 철거를 지시할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상이 호텔 소유 부지에 있는데다 높이가 10m가 넘지 않아 시의 설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방콕시는 가림판을 설치해 외부 도로에서는 조각상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호텔 측에 지시했다.
찻찻 시장은 "도로에서 조각상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무서운 모습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해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 까이 깨오는 크메르 제국 자야바르만 7세의 스승으로 알려지며, 민간 신앙에서는 ‘부(富)의 신’으로 여겨진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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