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유럽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했던 이탈리아가 탈퇴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9~10일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리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멜로리니 총리는 “우리는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문제가 있지만 이것이 중국과 양자 관계를 구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든다는 시진핑 총서기의 핵심 프로젝트로, G7에선 이탈리아가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탈리아는 실크로드의 유럽 기점이라는 지정학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 간 내부적으로 일대일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중국은 이탈리아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는 등 달래기에 나섰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4일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열린 정부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지난 5년 간 양국 간 무역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긍정했지만 이탈리아는 탈퇴를 선택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9년 미국의 반대에도 일대일로에 참여한 바 있어, 이번 탈퇴는 안전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 등을 위한 노선 변경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는 대외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자국 자동차 산업 때문에 대만과 가까워야 한다.
이탈리아는 이번 결정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에서 주도권 강화와 한미일 안보 협력, 중동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 등 중국의 세력 확대를 견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최근 인도·중동·유럽을 아우르는 이른바 미국판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탈리아는 그간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탈퇴 계획 전달 방법 등을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이탈리아의 탈퇴 통보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 없이 "양국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지만 앞서 이탈리아 주재 중국대사는 “탈퇴 시 부정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구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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