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전 세계 선진국을 중심으로 망명 제도를 이용한 이민 시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망명 신청은 박해로부터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지만 경제적 이유로 선진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들의 편법적 수단으로 오용되는 상황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3년 7만6천명인 망명 신청 건수는 2023년 92만명에 달해 10년 새 1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한 200만명의 불법 이민자 중 절반을 차지한다.
WSJ은 불법 이민자 중에는 가족 단위가 많다면서, 망명 신청서는 가족당 한 부씩을 작성하기 때문에 실제 이민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망명 신청자 수가 114만명에 달해 시리아 내전으로 이민자가 급증했던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지난해 망명 신청 건수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3만8천 건에 달했다.
보트 피플(선상 난민) 유입으로 골머리를 앓는 호주의 경우 2013년 보트를 타고 온 이민자 2만명이 바다에서 사망한 이후 자국 영토에서의 망명 신청을 중단하고 해외에서 망명 신청을 한 뒤 항공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만 수용하고 있다.
알렉산더 다우너 전 호주 외무장관은 "망명의 애초 취지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이민의 통로가 돼 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망명 신청 건수는 약 260만건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전보다 30% 증가했다.
WSJ은 이에 대해 세계 각지에서의 전쟁 및 내전, 분쟁 및 권위주의적 통치 증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들어 국가와 국가간 이동이 쉬워지고, 밀입국 업자들의 네트워크가 더욱 정교해지면서 망명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넘쳐나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의 천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은 망명법상 박해받았다는 합리적 주장이 있는 이민자에게 법원이 망명 결정을 내릴 때까지 미국에서 거주하고 일할 권리를 부여한다.
이러다보니 이를 악용한 망명 신청 폭증으로 관련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종결까지 약 4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신청자들은 미 정부의 지원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신청이 거부되더라도 추방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WSJ은 미국 이민의 길은 고급 인력자에게도 매우 까다롭지만 망명을 통한 입국의 문은 사실상 활짝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
디지털뉴스팀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