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필리핀에서 현지인으로 행세하며 소도시 시장까지 진출한 중국인이 간첩 혐의를 받다가 해외로 도주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됐다.
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필리핀 법무부와 국가수사청(NBI)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전 시장이 인도네시아에서 검거돼 현지 당국에 인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성명에서 궈 전 시장이 이날 오전 1시 30분경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에 붙잡혀 있다고 밝혔다.
하이메 산티아고 NBI 국장도 궈 전 시장 체포 사실을 확인하고 필리핀으로 송환되면 그간 제기된 혐의에 따라 그를 기소하겠다고 말했다.
궈씨는 중국인이면서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세탁하고 밤반시 시장으로 재임하며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불법 입국 알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범죄 활동 수익금 1억필리핀페소(약 23억8천만원) 이상을 돈세탁한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필리핀 당국은 지난 3월 궈씨의 집무실 뒤편에 있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쭌위안 테크놀로지’를 단속해 중국인 202명 등 이곳에 감금돼 범죄에 이용당하던 700여명을 구출했다.
해당 도박장은 ‘로맨스 스캠’ 등 사기 범행 소굴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궈씨는 도박장이 있는 약 7만 9000㎡ 부지의 약 절반을 소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궈씨는 10대 시절 궈화핑이라는 중국인 신분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필리핀인으로 '신분 세탁'했으며 중국을 위해 일했다는 의혹을 받아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의 조사를 받아왔다.
궈는 상원의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국은 그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심각한 위법 행위를 이유로 시장직을 박탈했다.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궈씨와 온라인 도박장 설립자 등 14명을 밀입국 알선·인신매매 관련 혐의로 기소했다.
궈씨는 지난 7월 해외로 도주,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돌아다니다가 이번에 붙잡혔다. 그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변장을 시도해 수사를 피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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