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호주 정부가 청소년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설정한다.
10일(현지시간) 현지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시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연령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14~16세가 될 전망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내려놓고 축구장, 수영장 테니스장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싶다”면서 “현실에서 사람들과 진짜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울러 그는 SNS를 ‘재앙’이라고 지적하며 “어떤 세대도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 SNS는 아이들을 진짜 친구와 진짜 경험에서 멀어지게 하고 젊은이들은 이로 인해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어떤 정부도 모든 아이를 모든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시드니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12∼17세 호주인 약 75%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호주는 일부 지역별로 SNS 연령 제한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법으로 연령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었다. 호주에서 SNS 연령 제한법이 통과되면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호주 야당 역시 SNS 연령 제한을 지지하고 있어 법 통과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피터 더튼 호주 자유당 대표는 SNS 접속 가능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집권 후 100일 내에 연령 제한을 시행하겠다고 밝혀왔다.
호주에서는 청소년들의 SNS 중독 현상 및 관련 폭력·혐오 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시드니 한 교회에서 벌어진 16세 소년의 흉기 테러 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극단주의 단체에 속해 있었고 이들이 SNS를 통해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이런 사건 외에도 청소년들이 SNS로 음란물 등 각종 부적절한 내용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호주의 여론조사 기관 ‘에센셜 미디어’가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의 68%가 소셜미디어의 연령제한을 지지했다. 반대는 15% 불과했다.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도 저서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에서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뇌 회로를 바꿔놓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4세 전에는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게 하고, 16세 미만은 SNS 이용을 금지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 움직임은 호주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는 내년부터 14세 미만 아동은 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유타주도 18세 미만 아동은 SNS 이용 시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스마트폰 판매 금지 정책을 검토 중이다.
권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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