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자금 조달 부담과 지역사회 반발·인허가 지연 등으로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의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건설 지연, 주민 반발, 비용 상승이라는 제약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규제 관련 정보업체 레그레이어(RegLayer)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최소 47건이 지연·철회·중단됐다.
또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현재 미국에서 건설 중이거나 가동 계획인 데이터센터들 가운데 35%만이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계획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 존스랑라살(JLL)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일정이 3개월 이상 지연된 경우는 57%에 달한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차질을 빚는 원인으로는 전력망 연결 한계와 지역사회의 반발 등이 꼽힌다. 데이터센터는 부지와 건설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인프라 자체의 한계인 전력난은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무산시켰다. F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국 클라우드 기업 엔스케일과 맺은 50㎿ 규모의 데이터센터 임차계약을 철회했다. 영국 내 전력망 부족으로 해당 데이터센터가 2030년 이후에나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계약을 취소한 것이다.
이 계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합의한 220억 파운드 규모의 AI 투자 계획 중 일부였다. 그러나 전력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양국 정상이 공언한 대규모 투자가 초기 단계에서 차질을 빚게 되었다.
거세지는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도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사용량과 지역 전기요금 인상 우려, 용수 사용 문제를 둘러싼 주민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애넌버그공공정책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민의 61%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 입주를 반대하고 있다.
FT는 자체 조사 결과 올해 미국 전역에서 1,000곳 이상의 지역사회가 AI 인프라에 대한 건설 유예 조치나 기타 제한 도입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뉴멕시코주 데이터센터 개발 과정에서 주민 반대로 전력 공급 허가를 받지 못하자 운영사인 오라클이 투자자인 블루아울에 불가항력 조항을 인용하며 임차료 납부 불가를 선언했다.
자금조달 환경도 부담이다. AI 인프라 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외부 차입을 확대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부담한 뒤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회수해야 하는 사업 구조상 건설 일정이 늦어지면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건설 지연은 설계 변경과 추가 비용 투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발 업체 사이퍼가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임차인인 플루이드스택과 앤트로픽의 설계 변경 요구로 인해 3억 5,930만 달러(약 4,9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며 완공 일정도 내년 1분기로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건설이 지연되는 사이 새로 출시되는 AI 칩 기종에 맞춰 냉각과 전력 설비를 재설계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공사 비용 부담까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AI 붐이 수년도 안 돼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고 짚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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