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사상적 표현의 자유’를 일체 용납하지 않는다. 당의 이념과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것을 ‘제거해야 할 적’으로 확정한다. 중국은 세계 인권 최악국이다.
하지만 국가 면적상 56개의 소수민족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만큼 어찌 모든 사람의 이념과 기준이 같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 할 것이다.
중국 시사만화가 왕리밍(44)이 최근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기구 ‘인덱스온센서십’이 수여하는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했다.
그는 21일과 24일 <한겨레>와 진행한 전화 및 메신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정치 만화를 그리는 것은 굉장히 고독하고 압박이 큰일이다. 이번 상은 내게 정신적으로 큰 격려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왕 씨는 2009년부터 시사만화가로 활동해왔다. 정치 풍자가 작품의 소재인 만큼 왕 씨는 시 주석을 찐만두에 빗댔고, 전 세계에 돈을 뿌리는 스트립댄서로 묘사했으며, 대형 정치행사인 양회(전인대·정협)의 각종 통제조처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하고, 홍콩의 친중파 시위를 야유해 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다. 2013년에는 유치장에 구금되기도 했다.
왕 씨는 인터뷰에서 당국이 자신의 창작 활동 경로를 차단시켰다며, “내 이름으로 개설했다가 폐쇄당한 웨이보(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이 족히 200개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씨는 현재 부인과 함께 일본 도쿄에 사실상 망명 상태로 머물고 있다. 2014년 첫 해외여행이었던 일본 여행 도중 일본인들의 친절함 등 일본의 좋은 점을 부각시킨 만화를 그렸다가, 졸지에 중국의 배신자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인민일보>는 ‘친일’, ‘배신’이라며 왕 씨의 체포를 종용했고, 여러 곳으로부터 협박 메일이 쏟아져 그는 결국 귀국을 포기했다. 왕 씨는 인터뷰에서 “중국 같은 나라에서 정치 만화를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장래도 없다”고 말했다.
왕 씨의 단행본 <거짓말쟁이 중국공산당>은 지난 1월 일본에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일본에서 첫 1년을 보내면서 재정적으로 좀 힘들었지만, 책을 출판 후 차츰 일할 기회가 생겼다”며, “현재 <뉴스위크 일본어판>과 <차이나디지털타임스> 등 미국·일본 매체에 정기적으로 만평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왕 씨는 “언제 귀국할 것 같은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생각도 못한다. 중공이 무너지면 다시 생각해보자”라고 답했다.
왕 씨 부부는 얼마 전부터 ‘불법 체류’ 상태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말 취업비자를 얻기 위해 주위에서 추천하는 수속 대행업자에게 맡겼다가, 업자가 어느 시점에 갑자기 연락을 끊었고 결국 비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왕 씨는 중국 당국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왕 씨는 자신의 불안한 상황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강제출국 당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직업 활동을 하고 있어 고의로 불법 체류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왕 씨는 “중국인이 외국인에게 중국 정치를 설명해주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거짓말쟁이 중국공산당>이 한국에도 소개되길 희망했다.
그는 또 “끊임없이 적대시할 대상을 필요로 하는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한, 중-한이든 중-일이든 진정한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더 나아지려면 더욱 현대화해야 하고 더욱 서방화해야 한다”면서, “한국인들도 중국의 민주화 프로세스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사진, 자료: 한겨레)
박정진 기자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