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 당국이 천주교 홍콩교구 제6대 교구장을 지낸 조셉 젠(陳日君·90) 추기경 등 반중 인사들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체포는 홍콩 민주 탄압에 앞장서온 경찰 출신이 행정수반으로 당선된 지 사흘 만에 이뤄져 강력한 공안정국이 시작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젠 주교와 마거릿 응(74) 전 입법회 의원, 가수 겸 배우 데니스 호(45), 후이포쿵 전 링난대 교수를 체포했다.
이들은 홍콩 시위지원단체 ‘612 인도주의 지원기금’ 신탁관리자로, 외세와 결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612 인도주의 지원기금’은 2019년 설립돼 그해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송환법 시위 동안 시민들에게 법률 및 의료 지원, 심리 상담 등으로 2억4300만 홍콩달러(약 396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지난해 홍콩 경찰이 기금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는 등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그해 10월 해산했다.
이들이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바티칸 교황청과 미국 등은 우려와 비난을 내놨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젠 추기경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중국과 홍콩 당국은 홍콩 민주인사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부당하게 구금된 인사들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젠 추기경 등은 이날 밤늦게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수사는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이들의 여권 등을 압수했다.
젠 추기경은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홍콩교구 주교를 지내다 2006년 2월 가톨릭 추기경에 임명됐다가 2009년 은퇴했다.
홍콩 내 대표적인 반중 인사인 그는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민주화 시위, 6월 4일 톈안먼 촛불집회 등에 적극 참여하는 등 홍콩 민주화 진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젠 추기경은 2018년 바티칸과 중국이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을 맺고,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를 바티칸이 승인하자 “교황이 추악한 협의를 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번 체포는 경찰 출신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지난 8일 행정장관에 당선된 지 사흘 만에 이뤄져 앞으로 홍콩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존 리는 1977년 19세에 경찰에 들어가 2017년 보안장관에 임명됐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진압하며 중국 정부의 눈에 들어 지난해 6월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2020년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이를 앞장서 집행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법 시행 이후 민주 진영 언론과 사회단체가 줄줄이 문을 닫았고 170여명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존 리 당선자의 공식 임기는 7월 1일 시작된다.
박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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