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베이징 당국이 도로 표지판에 병기된 영문 지우기에 나서, 시진핑 정부가 시행 중인 ‘영어 사용 금지책’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4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 “베이징 당국이 기존의 중어·영어 도로표지판을 중국어 도로표지판으로 전면 교체했다”면서 “다른 도시에서도 ‘영어 퇴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베이징시 교통관리국은 11월 29일 “모든 중어·영어 병기 교통 표지판을 모두 중문 도로표지판으로 교체해 도로 안전과 교통 효율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시내 지하철 안내 표지판의 영어 표기가 ‘중국어 병음’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병음은 중국어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한 발음 부호다.
신문은 “영어 수업 금지, 외국 교과서 규제 정책 등에 이어 시진핑의 이른바 ‘영어 사용 금지령’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초·중학교에서 ‘외국 교과서 사용 규제’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국외 거주 외국인 교사의 온라인 영어수업이 금지됐고 국제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한 감시는 강화됐다.
미국 ‘CNN’은 이와 관련 “시진핑은 자국의 문화 자신감을 높이고 서구의 영향력에 대항할 것을 주문했다.”며 “각급 학교에서 교사들은 서구 교과서를 사용하거나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와 사법 독립 등 ‘서구적 가치’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대학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례로 중국 서북부를 대표하는 대학 중 하나인 산시(山西)성 시안교통대학(西安交通大學)은 지난 9월, 대학 졸업 필수 자격 시험에서 영어 시험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교육계 등을 시작으로 영어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 2021년에는 상하이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영어 기말고사를 폐지했다. 일부 지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도 학교와 대학 입시 핵심 과목으로 영어 폐지를 제안했다.
시진핑의 ‘영어 쇄국’은 가뜩이나 경제 침체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중국의 상황을 한층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자유시보는 이에 대해 “얼마 전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만났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계속해서 좌회전을 하고 있다”며 “베이징 지하철역의 영어 이름을 중국어 병음으로 바꾼 것도, 도로 표지판을 교체한 것도 서구와 단절하겠다는 큰 신호”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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