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얜칭장(顏慶章·동오대학(東吳大學) 옌자간(嚴家淦) 재단 법학교수)
[SOH]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내놓은 지도 벌써 6년이 되어 간다.
중공은 지금까지 일대일로를 앞세워 재정난에 시달리는 나라들에게 거액의 차관을 제공했다. 이러한 차관은 투명성이 부족하고 해당 나라가 정말로 차관을 통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 필요한지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도 부족하다.
게다가 몇몇 나라의 정책 결정자는 책임감 있는 평가를 하지 않고 심지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가 제공하는 건설은 그 나라 경제 발전에 필요한 우선 사업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재정에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고의적’으로 안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대략 1조 달러(약 1,160조 1,000억 원)가 들어간 일대일로 사업은 중공의 재정도 압박하고 있다. 중공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약 3조 달러(약 3,480조 9,000억 원)지만 그중 1조 달러(약 1,158억 원) 이상이 미국의 공채(公債)다. 따라서 이 달러 외채를 제하고 나면 중공의 외환보유액은 사실상 얼마 남지 않기 때문에 일대일로사업은 향후 많은 경제적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 중공이 지금까지 시행한 일대일로의 진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추산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수요는 2016년에서 2030년까지 26조 달러(약 2경 8,000조 원)에 달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을 아우르는 일대일로 사업에는 교통, 에너지, 통신 등의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여태껏 이에 대한 재무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그러나 국제기구는 일대일로 사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8조 달러(약 9,284조 원) 이상으로 추산했고, 이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많은 나라가 일대일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유명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일대일로 차관과 관련된 70개 나라 중 23개국이 부채난을 겪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지부티, 몰디브, 라오스, 몽골, 몬테네그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8개국은 일대일로 부채로 인해 고도의 위험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일대일로는 중공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 파키스탄을 들 수 있다. 인도와 적대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차관 80억 달러(약 9조 2,832억원)와 연 6%의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과다르(Gwadar) 항만 운영권을 99년간 중국 회사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중공은 이 무역항을 군항 용도로 재건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이 항구를 잇는 고속철도나 도로를 건설하려면 중국과 인도의 국경인 카슈미르 지역을 거쳐야 한다. 중국 공산당과 인도 및 파키스탄은 본래 이 지역에서 영토 분쟁을 벌여 왔기에 중국 공산당의 이 같은 행동은 인도를 자극해 미국 진영으로 들어가게 할 수 있다.
지부티의 경우도 또 다른 예다. 지부티의 부채는 중공으로부터 들여온 막대한 차관으로 인 2년 사이 지부티의 부채는 GDP 대비 50%에서 85%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지부티는 수에즈 운하로 통하는 중요 해상통로이자 요충지인 홍해 군항의 사용권을 중공에 넘겨 줬다.
IMF는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일대일로는 과다채무빈국(Heavily Indebted Poor Countries)을 선호하며, 중국에 진 부채가 국가 부채 총액의 80%를 차지하는 나라가 36개국 중 31개국이나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베이징 주재 EU 대사 27명(헝가리 제외)이 연대해 일대일로의 지난 5년간 진행 상황에 대해 EU 회원국의 공동정책을 분열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일대일로가 차관 및 사업에 관한 입찰의 불투명성으로 세계 무역질서와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EU 및 미국 싱크탱크의 통계에 따르면, 일대일로 낙찰 업체의 약 90%가 중국 회사다. 해당 국가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EU와 미국조차도 이득을 보기가 어렵다.
2008년 중공이 금융 완화정책(寬松政策)을 취한 결과, 2009년에서 2015년 사이 비정규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 중국의 국가 채무는 20%에서 150%로 급증했다. 그중 ‘구이청(鬼城·유령도시)’을 양산해낸 부동산 개발과 경쟁력이 부족한 산업으로 인한 채무가 절반을 차지하며 ‘그림자금융’도 30% 정도 기여했다. 따라서 현재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중공의 구제금융은 자국의 금융 시스템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대일로는 특히 ‘과다채무빈국’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해당 국가를 ‘부채 함정’에 빠뜨리려는 ‘고의적’인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IMF 추산에 따르면, 중공은 최소 28개 ‘과다채무빈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심지어 채무 탕감 조치도 취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2017년에 중국 공산당의 미상환 채무 비율을 257%로 추산했지만, IMF는 이 비율이 2020년에는 3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중공, 일대일로로 경제위기 맞을 수도
EU는 중공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지부티 항구를 점용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과 독일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일대일로 정책을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대일로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국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일대일로 반대파들은 거액의 자금이 어째서 국내 의료, 주택, 교육 등, 민생을 위해 쓰이지 않는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최고치였던 4조 1,000억 달러(약 4,759조 6,900억 원)에서 현재 3조 달러까지 떨어졌다. 국내 부채에 대한 의구심도 풀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이자를 낼 수 없게 되거나 정당이 교체돼 계약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문제가 지속되면 대출 은행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중국 자체의 채무 문제까지 겹치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국의 부채는 기록상으로는 GDP의 약 48%에 불과하지만, 지방정부 채무, 그림자금융 등의 채무까지 더해진다면 엄청난 규모로 불어날 것이다. IMF가 지난해 1분기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중공의 현재 전체 채무는 GDP의 약 299%를 차지한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중공이 일대일로에 자금을 어떻게 계속 공급할 것인지, 어떻게 경제 성장을 이어갈지 등에 의문을 품었다. 사실 미·중 무역전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민주주의 정부가 독재 정권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미국이 중공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길 바랄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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