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에 마침내 부동산 붕괴라는 ‘회색 코뿔소’가 등장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을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고 불렀다. 이후 ‘회색 코뿔소(Grey Rhino)’라는 개념도 널리 소개됐다. 이는 사람들이 자주 놓치는 위험 또는 눈으로 보고서도 못 본 척 하는 위기를 가리킨다.
중국의 회색 코뿔소는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공동부유를 주창하며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은행의 돈줄을 죄면서 발생했다. 특히 헝다그룹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고자 한 욕심이 화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중국에서는 주택을 분양받고도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일부 매수자들이 집단으로 은행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전국 100여 개 아파트 단지에서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중국 GDP의 27%를 담당하는 부동산 위기는 중국의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며 ‘제로성장’으로돌입하는 원동력이 됐다.
■ 부동산 시장 몰락
현재 중국의 부동산 문제는 꼬일 대로 꼬이고 있다.
헝다그룹이 시성 징더전(景德鎭)에서 추진 중인 룽팅(龍庭)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룽팅 프로젝트 900가구 계약자들은 지난 6월 30일 집단으로 징더전 시 정부와 주택도농건설국, 은행감독위원회 '징더전지국 및 대출은행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통지서를 보내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헝다그룹의 룽팅 프로젝트가 2021년 5월 말 전면 중단됐다. 은행 관리·감독하에 추진되는 이 건설 공사는 자금 고갈로 중단됐다. 건설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 룽팅의 기업주가 2022년 10월 말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우리는 2022년 11월부터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겠다.”
지난 16일 기준, 전국 29성의 300여 곳 미완공 프로젝트의 입주자들도 잇달아 집단 '대출 상환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의 도시 주택은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젊은이들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집을 마련하기 위해선 부부지갑(2개)와 양가 부모의 지갑(4개) 등 여섯 개의 지갑'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할 주택의 공사가 중단되면 자금 조달 여력이 없어 대출금 상환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중국 부동산은 ‘부동산 중계업자’와 ‘중앙정부 및 지방 정부’, ‘은행’ 등 삼각 이익공동체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부동산 중계업자가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실제 이익을 가져가며, 은행이 부동산 중계업자와 정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구조는 집값이 상승하면 모두 이익을 보고, 집값이 하락하면 모두 손해를 보기 때문에 부동산 업자와 은행, 정부는 돈을 좇아 삼위일체로 한 몸처럼 움직인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불패라는 공식 아래 지금껏 이 이익공동체가 잘 유지되어 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규정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건축 공정률이 75% 이상인 경우에만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분양관리계좌 자금인출 신고절차’에 의하면, 분양받은 매수자가 내는 계약금과 불입금은 반드시 은행이 별도 계좌를 통해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이는 부동산 업체에서 자금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개발업자가 이 자금을 인출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런 절차대로 진행하면 건축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거의 없다.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금 부족이 원인인데, 건설 업자가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그것은 은행이 별도 관리하는 자금이 유용됐거나 자금이 아예 해당 계좌에 예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 돈은 오직 건설업자와 은행, 정부만이 움직일 수 있다. 누가 이 돈을 움직였든 간에 일차적인 책임은 은행에 있다. 자금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은행이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미완공 주택을 계약한 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권익 수호에 나설 수 있다.
중국에서 대출자가 은행을 상대로 대출금 상환을 거부한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이는 민간 금융기관이 아닌 국유은행, 국유금융기관, 더 나아가 정부, 국가 전체를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면 은행은 대출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그러면 은행은 승소해서 그들의 월급을 압수하거나 자산을 압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4월 발생한 허난성 농촌은행의 (뱅크런) 사례처럼 당국은 사회신용 시스템을 통해 대출자의 소비를 제한하거나 항공기, 고속철도 이용을 제한하는 등 개인의 행동 자유까지 박탈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대출자들은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미 이 싸움에 뛰어든 사람만 무려 4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1인당 100만 위안을 대출받았다고 해도 족히 400억 위안의 거대한 규모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중국 정부 시스템에 균열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 빙산의 일각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인 충격은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차이신왕(財新網) 보도에 따르면, 그해 상반기 헝다그룹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 하락했다. 당시 헝다는 진행 중인 약 800개의 공사 중 500개 정도를 중단했다.
중국 메이르터우티아오에 따르면, 헝다그룹이 현재 전국에 건설 중인 주택단지는 중단된 곳을 포함해 778개, 이 중 약 70만 가구가 미완공 상태에서 공급됐고 그 외 상황은 알 수 없다.
공사 중단으로 주택을 인도받지 못한 계약자를 50만 명 정도로 추산할 경우, 대출금 상환이 중단된 금액은 가구당 200만 위안으로 계산하면 약 1조 위안에 이른다.
중국의 부동산 문제는 헝다그룹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화샤싱푸(華夏幸福)도 빚더미에 앉았다.
이 업체는 2020년 말까지 140개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상 총투자액은 5490억 위안, 실제 투자액은 216억 위안, 건축 총면적은 2203만m2이다.
지난해 1월 31일, 화샤싱푸는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이 8억 위안(약 1566억원) 뿐”이라고 발표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유동성 경색으로 채무불이행 원리금이 635억7200만 위안에 이른다고 통보했다. 이 회사의 공사는 현재 거의 중단됐다.
화샤싱푸에서 분양하지 못한 주택이 절반가량이라고 가정할 때, m2당 1만 위안으로 계산하면 계약자가 대출금 상환을 중단한 금액은 1100억 위안에 이른다.
우리는 정확한 중국 내 미완공 주택 수를 알 수 없다. 중국 당국은 '투자와 경기 전망의 안정'을 위해서 진실한 데이터를 숨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닛케이신문’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의 각종 인터넷 소식을 수집 분석한 결과 '미완공 주택'이라는 단어가 4982번이나 등장했음을 밝혀냈다.
보도에 따르면, 윈난(雲南)성에만 80여 개의 유령도시(鬼城)가 있다.
유령도시란 오랫동안 방치된 미완공 주택단지를 의미 하는데, 공사가 중단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택단지는 유령도시 축에도 들지 못한다.
중국에는 얼마나 많은 유령도시가 존재할까?
윈난성의 80개를 평균치로 보고 이를 전국 31개 성·시·자치구에 대입하면 총 2500개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들어 간 돈은 최소 수조 위안일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문제는 미완공 아파트 뿐만 아니다. 또 다른 문제들도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존 주택 소유자의 주택담보 대출금이다.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서 주택 담보 대출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이 상환하지 못하는 금액은 아파트 공사 중단으로 인한 미상환 금액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중국의 경매 아파트 수가 수백 배로 늘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경매 물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 것이다.
한 네티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알리바바 경매사이트에 올라온 경매 아파트만 168만 채로 2018년보다 187배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경기 하락과 관련이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된 것이다. 실업, 사업 실패,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해 은행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도 크게 늘어났다.
아파트는 경매에 붙여지면 일반적으로 시세의 60~80%에 낙찰되고, 40~50%에 낙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채당 100만 위안의 손실을 본다고 계산하면 168만 채이니 1조6800억 위안의 손실을 보게 된다. 물론 이는 이론적인 손실이다. 은행은 그렇게 많은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 전체 부(富)의 손실이며,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준다. 싼 값에 살 수 있는데 굳이 비싼 기성 주택이나 신축 주택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부동산의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의 가격이 떨어지면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의 수입원도 줄어들게 된다.
■ GDP 발목 잡는 회색코뿔소
이에 대응하기 위해 100여 개 도시들이 다양한 부동산 장려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친구의 주택적립금을 끌어다 쓰는 것을 허용하고, 가격 인하를 허용하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으로는 가격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 변두리 지역의 주택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례로 화샤싱푸가 개발한 베이징 근교의 옌자오(燕郊)의 부동산 가격은 m2당 3만여 위안에서 1만여 위안으로 급락했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거품이 많기로 유명하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지난 1월 25일 자 보도에서 중국 전역의 부동산 자산 가치를 미국의 2.6배로 추산했다.
신문은 또 2020년 중국의 전체 부동산 자산 가치를 95조6000억 달러로 집계했다.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부동산 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치가 2010년대 금융위기 사태 때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그것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산업 규모가 20% 줄어들면 전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10% 하락하면 자산 손실이 2조5000억 달러, 20% 하락하면 손실이 약 20조 달러에 이른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 GDP의 29%를 차지하기 때문에, 부동산 규모가 3~4% 줄어들면 GDP도 1%p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국 100대 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매출 규모는 18~50% 줄었다. 이 수치의 평균을 30%로 잡았을 때, 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10%에 해당한다.
현재 2분기 0%대로 떨어진 GDP의 영향도 부동산의 영향이 있었음을 무시를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영향은 앞으로 10년, 심지어 20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경제도 그랬다. 중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 분명하다.
부동산 산업 붕괴, 이 현상 하나만으로도 중국 경제에 짙은 암운이 드리워졌다.
부동산 이라는 회색코뿔소의 출현으로 중국 경기는 바야흐로 제로성장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으며, 부동산의 몰락은 후방산업의 연쇄적인 몰락까지 도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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