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청현
[SOH]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나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영국의 계관시인인 워즈워스(1770~1850)의 ‘무지개(Rainbow)’라는 시의 전문이다. 무지개에 대한 명상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심성인 동심의 소중함을 일깨운 이 시는 소중한 가치가 깃들여 있는 대자연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구한 시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라는 명구(明句)를 남겼다. 어린이의 심성이 어른의 심성보다 더 근원적임을 뜻하는 표현이다.
안데르센의 유명한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어른들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보고도 벌거벗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 했다. 사기꾼 재봉사가 어리석은 사람이나 불성실한 사람만이 임금님의 옷을 보지 못하고 벌거벗은 몸만을 볼 것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아이만큼은 자신이 보았던 그대로 외쳤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네.” 순수한 이 아이는 외부의 어떤 상황에도 타협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었다. 어른과 대비되는 이 아이의 순수성은 인문학적 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중국 명나라의 유학자 탁오(卓吾) 이지(李贄)는 솔직한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다”고 반성했다. 그는 스스로 한 마리의 개처럼 살았다고 솔직하게 토로하는 순간, 그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다. 탁오의 동심설(童心說)은 ‘독서견문(讀書見聞)’으로 물들지 않은 아동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자연 그대로의 마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 삼사십년 뒤진 옛 사람이 삼사십년 앞 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사람을 위하며 떠받치고 그들의 뒤를 따라야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워질 수가 있고 무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개화기 어린이 인권운동가 방정환 선생이 하신 말씀이다.
유연성, 순수성, 자연 친화성, 단순성. 이런 것들이 욕망의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觀念)을 개선할 수 있는 ‘어린이 마음’이 아니겠는가. 어른들은 흔히 자녀를 교육할 때 사회상에서 강자로 되게 하려 한다. 더 약게 살더라도 손해를 보게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할수록 순진하고 선량한 천성(天性)에서 갈수록 멀리 이탈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어린이날을 품은 5월을 걸으며 순수한 동심을 반추(反芻)해본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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