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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산책] 숭늉

디지털뉴스팀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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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대한민국은 커피 천국이다. 건물마다 커피 전문점이 들어서 있고,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커피 한잔 마시려고 길게 줄지어 선 풍경이 낯설지 않다. 

커피가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우리의 국민 음료는 숭늉이었다. 

생각해보면 한국과 중국, 일본 중 유독 우리나라만 차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는데, 숭늉이 그 이유일 수도 있다. 

물론 차의 재배 조건을 비롯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차가 필요 없을 정도로 숭늉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식후에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디저트로 과일을 먹지만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숭늉을 마셔야 식사를 끝낸 것으로 알았다. 

숭늉을 마시지 않으면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속이 더부룩하게 느껴져 먹은 음식조차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한때 한국인들이 외국에 가면 김치와 고추장을 먹지 못해 고생했던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우리 땅을 떠나 중국과 일본에 간 선비들이 숭늉을 마시지 못해 애먹었다는 기록이 문헌 곳곳에 남아 있다.

숙종 때 사신을 수행해 서장관(書狀官·고급 외교관)으로 청나라를 다녀온 김창업이 기행문으로 연행일기를 남겼다. 여기에 숭늉을 마시지 못해 고생하다 숭늉 비슷한 물을 마시고는 속이 편해졌다며 기뻐하는 장면이 보인다.

“식사는 쌀밥에 나물과 장 종류 몇 그릇이었지만 모두 먹을 만하고 수행원들도 배불리 먹었다. 나는 싸 온 밥이 있었으므로 뜨거운 물을 청하여 말아 먹었다. 

승려가 미음 한 그릇을 가져다 주었는데 그 맛이 우리의 숭늉과 비슷해 마시고 나니 위가 편해지고 좋았다.“

숭늉은 한국인에게 소화제와 다름없었다. 

정조 때 서유문이 사은사를 수행하는 서장관으로 북경을 다녀온 후에 쓴 《무오연행록》에도 숭늉을 먹고 간신히 소화를 시켰다고 적혀 있다.

“밤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는데 호흡을 하지 못할 정도였고 또 등이 결려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지경이 됐기에 급히 주방에다 일러서 메밀로 숭늉을 끓여 마시고 고약을 붙였더니 간신히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했다. 

밥을 먹고 체한 것으로 보이는데 숭늉을 마셨더니 체증이 내려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숭늉에는 소화를 돕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솥에서 밥을 푼 후 다시 물을 붓고 데운 숭늉은 밥의 전분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포도당과 덱스트린(Dextrin)이 생기면서 구수한 맛을 내는데, 바로 덱스트린 성분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한다. 

숭늉에는 또 에탄올이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중화시켜 주어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조상들은 숭늉을 마시지 않으면 속이 더부룩함을 느꼈던 것이다.

한국인이 숭늉을 즐겨 마신 역사는 뿌리가 깊다. 

12세기 초,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간 서긍이 《고려도경》이라는 책을 남겼는데, 여기에서 서긍은 “고려 사람들은 숭늉을 가지고 다니며 마신다"고 신기해했다.

“고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물그릇은 위가 뾰족하며 바닥이 평평한데 그릇 속에는 숭늉을 담는다. 나라의 관리나 귀족들은 언제나 시중드는 자를 시켜 숭늉 그릇을 들고 따라다니게 한다.”

지금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작은 항아리에 숭늉을 넣어 가지고 다녔던 것인데, 요즘 사람들이 커피에 중독된 것처럼 옛날 선조들은 숭늉에 중독됐던 것이다.

중국인의 눈에는 이렇게 숭늉을 마시는 고려인이 이상하게 보인 반면 우리나라 사람은 그렇게 좋은 숭늉을 마시지 않는 중국인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정조 때 동지사 일행으로 중국을 다녀온 이갑은 《연행기사》라는 기행문에 중국의 풍속을 전하며 “중국 사람들은 먹는 밥이 한두 홉에 지나지 않는데도 혹시 독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해서 쌀을 끓인 후에 묵은 물을 버리고 반드시 새 물을 다시 부어 두 번 지은 밥을 먹는다.”고 했다.

아까운 숭늉을 버렸다는 것인데, 순조 때 동지사 겸 사은사를 수행해 서장관으로 중국에 다녀온 김경선도 《연원직지》에 “중국인은 차는 마시지만 숭늉은 마시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그는 “손님을 대접할 때 비록 반찬은 없어도 차는 반드시 권하는데, 냉수나 숭늉을 마시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도 따지고 보면 숭늉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커피 원두에서 추출한 물이나 누른 쌀에서 추출한 숭늉의 맛도 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더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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