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1889년 4월에 태어난 아돌프 히틀러는 1939년 9월 폴란드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히틀러는 패전을 목전에 둔 1945년 4월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히틀러는 유대인 대학살(1941~1945)의 주요 기획자다. 나치는 최소 550만 명의 유대인과 장애인을 학살했다.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에서 2930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했는데 인류 전쟁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 수다. 그것은 인류에게 잊히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절대 반복하고 싶지 않은 깊은 고통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지만, 서방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만(卍) 자 부호를 보면 겁을 먹는다. 卍 자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卐)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인류 문화에서 아름답고 숭고한 상징 중의 하나였던 卍 자는 히틀러의 영향으로 80년이 지난 오늘날도 여전히 학살과 어둠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卍 자는 정말 나치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히틀러가 아직 살아 있다 하더라도 132세에 불과하지만, 만 자 부호는 6천 년에서 1만 년 넘는 기간 동안 인류 사회 곳곳에서 함께 했다.
■ 7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부호
卍 자 부호는 산스크리트어로는 스리바차(Srivatsa), 영어로는 스와스티카(Swastika), 중국어로는 완쯔푸(萬字符), 일본어로는 만지(萬字)로 불린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는 ‘상서로운 바다 구름 모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부처님 가슴에 있는 卍 자 부호가 바로 ‘상서로운 바다 구름 모양’이다. 상서로움과 우주의 바른 에너지를 대표하는 이 부호는 동서양 고대 문명에서 자주 등장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卍 자는 기원전 2500년경 인도와 중앙아시아에서 발견됐다. 1933년의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卍 자는 기원전 1000년에 인도로부터 페르시아와 소아시아(서아시아)를 거쳐 그리스에 들어온 다음, 다시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베를린 서아시아 박물관은 이라크에서 출토된 사마라 접시(Samarra Plate)를 소장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이 채색 도기 접시의 제작 시기를 기원전 약 5천 년, 즉 지금으로부터 약 7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접시 중앙에는 卍 자 부호 하나가 그려져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메소포타미아 도자기 그릇을 소장하고 있다. 6천 년 전의 이 도자기 그릇에도 卍 자 부호가 그려져 있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평원에서 출현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인류 최초의 문명 중 하나다.
중국에서는 간쑤(甘肅)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마자야오(馬家窯) 채색 도기 항아리의 주요 문양도 卍 자 부호인데, 이 고대 유물은 약 5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 유럽 곳곳에서도 볼 수 있는 卍
잉글랜드 요크셔에서는 약 4천 년 전의 卍 자 부호가 새겨진 바위가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기원전 800년)에서는 卍 자 부호가 널리 사용됐다. 신전 건물과 제기에 卍 자 부호가 있으며, 채색된 도자기 그릇에도 늘 卍 자가 그려져 있었다.
예를 들면,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700년에 만들어진 곡물 항아리가 출토됐다. 윗면에는 아르테미스(달과 사냥의 여신) 도안이 그려져 있고, 주변을 卍 자 부호가 둘러싸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은 卍 자 부호로 신성한 힘을 표현한 것일까?
또 다른 예는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소장품인 테라섬의 암포라(Amphora)로, 기원전 900년경의 유명한 트로이 전투가 묘사돼 있고, 말(馬) 위에 세 개의 卍 자 부호가 그려져 있다. 이 고대 그리스의 卍 자 부호는 약 3천 년 전의 것이다. 고대 로마(기원전 753~476년)의 제단 등 건축물에 표시된 卍 자 부호도 3천 년 이상 된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신과 연관된 卍 자 부호는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초기 기독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卍 자 부호는 사람들의 사랑과 신도들의 추앙을 받았다. 후기에 와서는 집이나 물건 장식 등, 보다 일상적으로 사용됐다.
고대 인도나 티베트, 일본, 한국 등 불교 수행을 중시하는 지역에서는 卍 자 부호가 훨씬 더 일반적이었다. 중국인과 동남아인에게 卍 자 부호는 부처와 연관돼 있었는데, 수많은 고대 부처 조각상이나 초상화의 부처 가슴에는 모두 卍 자 표기가 있었다.
이스라엘의 고대 도시 맘시트(Mamshit) 유적에서도 서기 4세기의 卍 자가 새겨진 모자이크 바닥 타일이 발견됐다. 전통과 내구성을 가진 모자이크는 로마 제국의 비잔틴 시대(서기 395~1453)와 중세(서기 476~1492)에 성행했다.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卍 자 부호 모자이크 바닥 타일은 사람들에게 卍 자 부호가 반유대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깨닫게 한다.
■ 인디언 부족이 말하는 卍
불행한 것은 수천 년 전 인류가 卍 자 부호에 호의를 보인 것과 달리 히틀러가 검은색 하켄크로이츠를 나치의 상징으로 내세워 선전함으로써 전통을 뒤흔들어 놓은 점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유서 깊은 인디언 부족인 호피족이 있다. 호피족은 인류의 기원과 역사, 미래에 대한 예언을 대대로 전해왔다. 호피 보호구역의 오라이비(Oraibi) 지역에 진귀한 ‘예언의 돌’이 있는데, 이 바위에는 찬란한 태양이 새겨져 있고 태양의 중심에는 卍 자 부호가 있다. 호피 예언을 연구한 학자들은 신성한 卍 자 부호가 인류를 비추는 태양의 빛처럼 우주의 정신적 힘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국가와 종교를 초월해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卍 자가 히틀러의 것이 아니라 인류의 소중한 전통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 週報明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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