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효자가 어버이를 섬김에 평소 거처할 때에는 그 공경을 극진히 하고, 봉양할 때에는 그 즐거움을 극진히 하고, 병환에는 그 근심을 극진히 하고, 초상에는 그 슬픔을 극진히 하고, 제사에는 그 엄숙함을 극진히 한다.‘ 《소학(小學)》 「내편(內篇)」
조상제사는 세상을 떠난 부모를 비롯한 선조를 기리는 의례다. 유교의 이념을 국시로 삼았던 조선의 제사는 효심을 지속하는 데 그 뜻이 있었다. 즉 자신이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고자 하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행위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제사는 자손이 선조를 살아있을 때처럼 모신다는 뜻으로 ‘사여생(事如生)’이라 칭해졌다. 제사상에 조상이 생전에 즐기던 음식을 올리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생선의 경우 서해안에서는 조기나 홍어를, 남해안에서는 고래나 상어를, 동해안에서는 문어를 올리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제사는 향을 피워 혼(魂)을 부르고 술을 부어 백(魄)을 부르는 강신(降神)의식으로 시작한다. 이어 술을 올리는 초헌(初獻)·아헌(亞獻)·종헌(終獻), 제물을 권하는 축(祝), 제물을 들도록 잠시 문을 닫는 합문(闔門)과 유식(侑食), 차나 숭늉을 올리는 헌다(獻茶), 작별인사를 하는 헌신(獻神), 제사에 참석한 이들이 음식을 나누는 음복(飮福)의 순으로 진행된다.
제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조상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그들을 기리고자 하는 정성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사는 세상을 떠난 조상과 살아있는 자손이 소통하는 의례다.
죽은 이에 대한 이러한 공경은 비단 자신의 조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음력 9월 9일 중구절에 가족이 함께 산에 가서 즐기다 오는 풍습이 있었다. 그들은 우선 국화주에 국화전을 차려놓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 ‘떡 본 김에 제사 드린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놀라운 것은 그때 누군지 모르는 객사한 원혼들도 함께 흠향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귀하게 마련한 음식을 자신의 조상뿐만 아니라 불쌍하게 죽어 제사상조차 받을 수 없는 망자들을 위해 내놓았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지녔던 이들이 이웃을 어떻게 대하였을까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늘날 부모와 조부모의 기일에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 얼마나 될까. 명절날 아침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선조를 기리는 의례가 잊혀감에 따라 생명을 전해주고 양육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도 점차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되새기게 된다.
또한, 그에 앞서 지금 살아있는 부모와 조부모에게 감사하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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