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初)’는 옷(衣)과 칼(刀)로 구성된 한자이다. 옷을 만들어 입는 일은 인간만이 누리는 것으로서,몸의 온도를 유지하고 추위와 같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의복은 문명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를 의미한다. '천자문(千字文)'에서도 시제문자내복의상(始制文字乃服衣裳;비로소 문자를 만들고 의상을 입었다)라고 하여, 문자와 의상이 문명과 기술을 상징하는 도구로 나란히 거론된다.
옷을 만들려면 먼저 칼로 옷감을 자르는 것에서 시작했기에 옷과 칼이 결합한 글자는 '처음, 시작'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다.
서양에서도 가족의 품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 때 문 앞에서 리본을 자르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전통은 새로운 시설을 처음으로 개장할 때 테이프를 자르는 의식으로 남았다.
'최초(最初)·시(初)·정초(正初)'라는 단어에는 처음이라는 뜻으로 쓰인 '初'가 보이고, '초여름·초저녁·초하루·초승달'에 처음 시작 된다는 의미의 '初'가 쓰였다. '초급(初級)·초등(初等)·초보(初步)'에서는 '初'가 기초가 된다는 뜻으로 쓰였다. 다만 '초고(草稿)·초안(草案)·초창기(草創期)'는 '初'가 아니라 애벌이라는 뜻을 가진 '草(풀초)'를 쓴다.
16세기 후반 간행된 한자 학습서인 '신증유합(新增類合)'에서는 '初'를 '처음 초, 워낙 초'라고 풀이해 놓았다. '워낙'이란 '사물이나 현상이 생겨난 처음부터'라는 뜻이며, "그 사람은 바탕이 워낙 착하다"와 같이 쓰인다.
'초심(初心)'은 옷감을 처음 마름질할 때 귀한 옷감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매우 정성스럽게 시작해야 하는 마음이다. 누구든지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성실하고 부지런하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느슨해지거나 게을러지기 쉽다.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처음 마음을 잊지 않고 늘 새롭게 하려면 지나온 과정을 반추하며 자신의 상태를 부단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유종의미(有終之美)를 의미하는 ‘독초성미신종의령(篤初誠美愼終宜令;처음에 성실하니 참으로 아름답고, 끝에 신중하니 마땅히 훌륭하다)’라는 천자문의 한 구절도 마음에 둘 수 있다면 좋겠다.
THE KOREA DAILY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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