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추분(秋分)이 지나니 가을의 길목으로 들어선 것 같다.
일 년 24절기 가운데 열여섯번째 해당하는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로, 가을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이다. 추분은 백로와 한로 사이에 자리하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는 분기점이다.
추분이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의 따가운 햇살도 다소 누그러진다. 풀벌레 소리는 점점 또렷해지고 나무들도 저마다의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 입기 시작한다.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천고마비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풍요롭고 맑은 가을의 상징이다. 등화가친은 선선한 가을밤 등잔불 아래 독서를 즐기기 좋다는 의미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나왔다.
추분은 옛 농경사회에서 수확과 함께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당시 사람들은 가을에 토란과 고구마, 표고버섯 또는 생선 등을 찌거나 국, 탕에 넣어 먹으며 겨울을 대비했다. 호박고지·박고지·깻잎·고구마순·산나물, 밀가루에 붙혀 찐 풋고추를 말려 겨울 반찬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한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계절의 전환은 몸과 마음에 부담을 주기기도 한다. 추분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인 만큼 건강에도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오늘날 우리는 천재지변과 이상기후 다발 등으로 정상적인 계절을 누리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디지털적 사고와 행동이 강요되는 생활 속에서 일에 치이고 경쟁에 내몰려 마음의 여유를 잃은 것은 아닌지..?
추분은 단순한 절기를 넘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호흡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날이다. 깊어가는 가을, 등불을 켜고 책장을 넘기던 고인(古人)들처럼, 우리도 삶의 균형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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