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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산책] 윤회(輪廻)의 바다... 탐염(貪染)에 빠진 승려

디지털뉴스팀  |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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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탐염(貪染)’은 자기 분(分)도 아닌 것을 원하는 것으로, 생명의 진정한 승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탐(貪)은 무언가를 소유하거나 얻고자 하는 욕심으로, 만물을 얻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바라는 마음이다. 염(染)은 어떤 대상에 마음이 물들어 집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서는 자신의 처지와 신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망각하고, 자아의 방종에 휩쓸려 탐염(貪染)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탐염은 사람의 각종 욕망을 들끓게 하며 삿된 나락의 길로 이끈다. 승려의 탐염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고려국 일연(一然)스님이 쓴(1285년) 『삼국유사』에 수록된 탐염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다.

■ 여인을 흠모한 승려

옛날 신라의 수도가 서라벌에 있을 때, 지금 경기도에 세달사(世達寺)란 큰 절이 있었고, 이 절의 장원(莊園)이 강원도 영월 근처에 있었다.

세달사 장원은 조신이란 승려가 관리를 맡았는데, 어느 날 그 지역에 사는 김흔공(金昕公)의 딸에게 깊이 반했다. 

조신은 여러 번 낙산사 관음보살상 앞에 나아가서 그 여인과 인연을 맺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얼마 후 그 여인에게 이미 배필이 생긴 것을 알게 됐다.

조신은 크게 낙심했고,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은 관음보살을 원망하면서, 날이 저물도록 슬피 울다 지쳐 옷을 입은 채 법당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는 꿈에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김씨 낭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기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저는 전에 스님을 잠깐 본 후 연모하게 됐고 지금까지 잠시도 잊지 못했는데, 부모의 명령에 못 이겨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님과 부부의 연을 맺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이에 조신은 크게 기뻐하며 함께 향리로 돌아가 40여년을 살았다. 그들은 자녀 다섯을 두었지만, 형편이 너무 가난해서 끼니를 걱정할 때가 많았다. 초야를 돌아다니면 걸식을 했는데, 의복도 갈가리 찢어져 몸뚱이를 제대로 가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명주 해현령(蟹縣嶺)을 지나다가 열다섯 살 된 큰 아이가 굶어 죽었고, 부부는 통곡을 하며 길가에 묻어주었다. 부부가 우곡현(羽曲縣)이란 곳에 이르렀을 때는 늙고 병들고 굶주려서 일어나지도 못할 처지가 됐다.

그들은 길가의 모옥에 살았는데, 열 살 된 딸아이가 부모 대신 밥을 얻으러 다니다가, 마을 개에 물려 아픔을 호소하며 돌아와 눕자, 부부는 흐느끼며 목이 메어 말도 못했다.

불행하다 못해 처참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 날 조신의 아내는 눈물을 훔치면서 창졸히 말했다.

“제가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는 얼굴도 아름답고 나이도 젊었으며 의복도 깨끗했습니다. 그때는 한 가지 음식도 당신과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병은 해마다 깊어지고, 굶주림과 추위는 더욱 닥쳐오니, 곁방살이와 보잘것 없는 음식도 얻기가 어렵습니다. 천문만호(千門萬戶)에 걸식하는 그 부끄러움은 산더미를 진 것보다 더 무겁습니다. 아이들이 추위에 떨고 굶주려도 미처 돌보지 못하는데, 어느 틈에 부부의 정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혈색 좋던 얼굴과 어여쁜 웃음도 풀 위의 이슬처럼 사라져 버렸고, 지란 같은 백년가약도 버들강아지가 바람에 날아가듯 없어졌습니다. 이제 당신은 저 때문에 괴로움을 받고, 저는 당신 때문에 근심만 느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옛날의 기쁨이 바로 지금 우환의 터전이었습니다. 당신과 제가 어찌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요? 역경(逆境)을 당하면 버리고, 순경(順境)을 만나면 친하는 것은 차마 인정상 못 할 일이지만, 모두가 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도 운명이니, 제발 이제는 헤어집시다.”

조신은 오랜 세월 고달팠던지라 아내의 제안이 반가웠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들은 각자 아이를 둘씩 맡기로 하고 헤어져 길을 떠나려 할 때 조신은 꿈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등잔불이 깜박이는 법당에 누워 있었다. (꿈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절망했던 조신은 그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했다. 

비록 꿈이었지만 수십년간의 고통을 경험한지라 아침이 되니 조신의 수염과 머리털은 모두 희어졌고 세상사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어졌다. 한평생 신고(辛苦)를 겪은 것처럼 탐염(貪染)의 마음도 얼음 녹듯 깨끗이 없어져 버렸다.

얼마 후 조신은 꿈에서 큰 아이를 묻었던 해현령이 생각나서 그 곳을 찾아갔다. 설마하는 마음에 그 자리를 파 보니, 돌부처가 나왔다. 이에 크게 깨우친 조신은 돌부처를 깨끗이 씻어 부근의 절에 모시고 본사에 돌아가, 장원의 소임을 그만두고 사재를 털어 정토사(淨土寺)란 절을 세우고, 수행과 선행에 정진했다.


디지털뉴스팀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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