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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이슈] 계산기 두드리는 세상 속 신뢰와 의리

문화부  |  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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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언스풀레시]


[SOH]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초고속 소통’의 시대다.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고, 하루에도 수백 개의 메시지가 오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느끼는 인간관계의 밀도는 그 어느 때보다 희박하다. 눈앞의 이익과 효율을 따지느라 사람 간의 ‘신뢰’와 ‘의리’라는 고결한 가치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인간관계조차 이익과 손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각박함 속에서, 많은 이들이 대화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진심을 주어도 너그럽지 못한 태도로 돌아오는 세상 속에서 입을 닫고 침묵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자기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이 팍팍한 세상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신뢰와 의리의 본질은 무엇일까.

 

■ 시련 속에 증명되는 신뢰

 

중국의 고전 논어에는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라는 말이 있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화창한 날에는 누구나 너그럽고 의리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진짜 신뢰는 삶의 겨울이 닥쳤을 때, 상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묵묵히 그 곁을 지켜주는 인내에서 증명된다.

 

■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는 마음

 

오늘날의 관계는 대가를 바라는 거래로 변질되곤 한다.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 너도 이만큼 주어야 한다는 강박은 서로에게 부채감과 부담감만 남긴다. 진정한 의리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려는 집착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당장 내게 물질적 보상이 따르지 않아도 선량한 마음으로 신의를 지키는 바보 같은 우직함이 결국 가장 단단한 관계의 기적을 만든다.

 

■ 묵묵한 행동

 

말이 앞서는 세상일수록 말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진짜 신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화려한 수사나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저 상대의 호의에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알고, 자신이 뱉은 말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뒤에서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다. 소리 내어 울지 않는 침묵의 무게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품격이다.

 

‘Just be(그냥 존재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빠른 세상 속에서 내 속도를 지키며 걷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의리의 끈을 놓지 않을 때, 비로소 세상의 속도에 치여 지친 서로의 영혼을 보듬을 수 있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진실하고 선량하게, 그리고 끈기 있게 신의를 지켜나가는 이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의 겨울도 조금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지금 당신의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그 사람에게, 계산 없는 진심의 안부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부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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