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요즘이다. TV는 물론 PC와 모바일에서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정보 외에 대화형 인공지능(AI)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매일 우리는 정보의 바다를 표류하는 형국이다.
그런 가운데 만나는 정보의 질(質)은 어떨까? 나에게 꼭 필요한 양질의 내용을 얼마나 제대로 얻을 수 있을까?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가 쏟아지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 같은 AI와의 대화에서도 많은 오류를 만나게 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시외전(漢詩外傳)》에 나오는 ‘어목혼주(魚目混珠)’. '魚(물고기 어) 目(눈 목) 混(섞을 혼) 珠(구슬 주)'로 구성된 이 성어는 "물고기 눈알이 진주 속에 섞여 있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시대 어느 작은 고을에 마음씨 착한 만의(滿意)라는 상인이 있었다.
하루는 만의가 커다란 진주를 샀는데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품는 것이 한눈에 보아도 값비싼 보물이었다. 만의는 그 진주를 가보(家寶)로 삼아 자손들에게 물려줄 생각으로 붉은색 비단주머니에 진주를 곱게 싸서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다.
한편 만의(滿意)의 이웃집에는 수량(壽量)이라는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수량은 자신의 가난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허영심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돈만 생겼다 하면 모조리 써 버렸으며, 늘 부자(富者)인 양 행세하고 다녔다. 그런가 하면 때때로 만의의 부(富)를 비난하기도 했다.
수량은 어느 날 쌀이 떨어져 며칠을 굶게 됐는데 배고픔의 고통으로 길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한 행인이 그를 불쌍히 여겨 은자 몇 냥을 주었다. 수량은 곧바로 마을의 만두가게로 갔다.
“가게에 들어서자 수량은 마침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만의네 집에 글쎄 찾아드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더군. 차(茶)도 내주며 후하게 대접한다던데 우리도 한번 가보지 않겠나?”라는 내용이었다.
그 말에 수량은 귀가 솔깃해졌고 만두를 포기한 채 곧장 마을의 옷가게로 달려갔다. 수량은 만의의 집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행인에게 받은 은자를 전부 털어 옷가게에서 가장 비싼 옷을 샀다.
그 후 며칠이 지났다. 시장바닥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던 수량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고기 눈알을 하나 발견했다. 그 물고기 눈알은 햇빛을 받아 진주처럼 반짝였다.
수량은 지난번 만의네 집에서 보았던 진주를 떠올리며 자신에게도 진주가 생겼다고 기뻐하며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부터 그는 그 눈알을 진짜 진주를 다루듯 애지중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이 병들어 곧 죽게 되었다. 의원은 진주를 갈아 약에 넣어 먹어야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알게 된 만의가 그 병자를 가엽게 여겨 자신이 아껴온 진주를 내어주겠다고 말했다.
소문은 마을 전체에 퍼졌고 수량도 이를 전해 듣게 되었다. 이 기회에 영웅으로 칭송받고 싶었던 그는 보물처럼 아끼던 눈알을 가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만의와 수량은 나란히 앉았다. 만의가 먼저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자 하얀 진주가 눈부신 광채를 뿜으며 귀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에 뒤질세라 수량도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나 광채는커녕 거무스름한 빛만 보일 뿐 누가 보아도 썩은 물고기 눈알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수량은 줄곧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진짜와 가짜는 가려졌고, 진짜는 약으로 쓰여 생명을 살렸고, 가짜는 주인을 망신시켰다.
이처럼 '물고기 눈알과 진주가 서로 섞이다'라는 뜻의 어목혼주(魚目混珠)는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가짜와 진짜는 과학이나 문화가 발달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어쩌다 보면 가짜가 진짜보다 더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워낙 정교하고 빈틈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확하게 식별(識別)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가짜는 사이비(似而非)이다. '似(닮을 사), 而(말 이을 이), 非(아닐 비)'의 구성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이다.
AI(인공지능)가 세상을 바꾸어 놓을 듯한 기세이지만 실상은 인간을 멸망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과학자도 있다.
양심이 없는 한갓 물건인 AI가 파괴를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인간으로서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의 마지막 가치인 양심(良心)마저 스스로 도적질하는 비겁함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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