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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지학(古典之學)] 심유부족시(心猶不足恃)... 판단은 신중하게!

문화부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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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심유부족시(心猶不足恃)는 “눈과 마음도 때로는 의지할 것이 못 되므로,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듣고 판단할 때 더욱 신중하게 마음의 눈을 밝혀 편견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 것은 대개 옳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본 것이 세상의 전부인 양 우기며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이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겉만 보고 본질을 꿰뚫지 못했거나,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나이가 들어 제자들을 데리고 13여 년간 천하를 주유할 때였다. 어떤 곳에서는 공자 일행을 알아보고 정중히 대접하기도 했지만, 어떤 곳에서는 무시하고 천대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예상치 못한 시험과 모함에 부딪혀 곤경에 빠지는 일도 허다했다.

어느 날 공자 일행이 진(陳)나라에서 채(蔡)나라로 건너가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 할 때였다. 마침 두 나라 사이의 정세가 좋지 않아 공자 일행은 국경 지대에 발이 묶인 채 며칠을 머물러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가지고 있던 양식마저 바닥이 나면서, 일행은 무려 7일간이나 혹독한 굶주림에 떨어야 했다. 

그러던 중 자공(子貢)이 마을에 가서 간신히 쌀을 구해왔다. 이에 안연(顔淵)이 자청하여 밥을 짓겠다고 나섰고, 자로(子路)가 불을 지폈다. 안연은 쌀을 씻고 솥을 걸어 밥을 짓던 중,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굴뚝의 재티가 솥 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안연은 당황했다.

안연은 즉시 주걱으로 솥에서 그을음이 든 밥을 퍼내 버리려 하다가, 귀한 양식을 차마 버릴 수 없어 그을음이 묻은 밥만 따로 떼어 먹고 있었다. 그때 개울에서 물을 길어오던 자공이 그 광경을 보았다. 자공은 그동안 믿었던 안연의 인격을 의심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감히 스승께 바칠 밥을 안연이 먼저 먹다니."

그때 며칠을 굶은 공자가 방 안에서 잠시 잠에 들었다가, 구수한 밥 냄새에 눈을 떴다. 마침 밖에서는 안연이 밥을 짓다가 주걱으로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가장 아끼던 제자의 그 모습을 목격한 공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잠시 후에 자공이 고민 끝에 공자를 찾아와 "어진 사람과 청렴한 선비도 극한의 곤경에 처하면 그 절개를 바꿀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절개를 바꾸었다면 어찌 어질고 청렴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답했다. 자공은 "그렇다면 안회(顔回)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그 절개를 버리지 않을 사람입니까?"라고 다시 물으니, 공자는 "물론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자공은 공자에게 안연이 스승보다 먼저 밥을 지어 먹은 사실을 사실대로 고해바쳤다. 공자는 속으로 크게 놀랐으나 태연한 척하면서 묵묵히 듣기만 했다. 잠시 후에 마침내 밥이 다 되어 안연이 공자에게 공손히 밥을 올렸다.

공자는 안연의 행동을 보지 못하고 자공의 말도 듣지 못한 척하며 안연에게 "내가 어젯밤 꿈에 선인(先人)을 뵈었는데, 이는 우리가 이 곤경에서 벗어날 좋은 징조가 아니겠느냐? 그러니 이 깨끗한 밥으로 먼저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야겠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연은 정색하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제가 밥을 짓던 중에 재가 솥 안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밥이 온전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귀한 양식을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제가 그 재가 묻은 부분만 걷어내어 먹었으니, 이 밥은 이미 깨끗하지 못하여 제사상에 올릴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안연의 해명을 들은 공자는 큰 깨달음을 얻고 탄식하며 말했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내가 그런 처지였더라도 마땅히 그 밥을 먹었을 것이다. 안연, 너의 뜻이 그러하니 이 밥은 이미 깨끗하지 못하여 조상님께 올릴 수 없게 되었구나. 선인을 위한 제삿밥은 따로 지어 올려야 하겠구나.“

안연이 제삿밥을 새로 짓기 위해 방을 나선 뒤, 공자는 남은 제자들에게 밥에 담긴 안연의 진심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안연을 믿은 지가 벌써 오래되었으니, 오늘 비로소 그의 행동 하나를 보고서야 비로소 믿는 것이 아니니라." 공자는 이처럼 수제자조차 오해할 뻔했던 자신의 눈과 마음을 깊이 부끄러워하며 반성했다.

그리고 제자들을 둘러보며 깊이 탄식하면서 말했다. "기록해 두어라. 믿을 것은 오직 자기 눈이지만 눈으로 본 것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구나. 의지할 것은 오직 마음뿐이지만, 마음 또한 족히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이 못 되는구나(心猶不足恃). 명심하여라. 사람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孔子歎曰, 所信者目也,而目猶不可信, 所恃者心也, 而心猶不足恃)."

위의 이야기는 《여씨춘추(呂氏春秋)》 권17 〈심분람(審分覽) 임수(任數)〉에 수록된 '안회습진(顏回拾塵: 안회가 먼지를 집어 먹다)'의 일화를 현대적으로 풀어 쓴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여전히 많은 사람은 자신이 눈으로 본 것과 귀로 들은 것을 그대로 믿으려 한다. 심지어는 직접 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은 것조차 맹신하기도 한다. 그 기저에는 자신만의 편견에 빠진 엄청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자신의 왜곡된 희망 사항이나 특정 정치적 지향점에 매몰되면,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보다 무조건 믿어버린다. 그리고 그 믿음을 무기 삼아 반대편을 공격하고 자기편을 옹호하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에는 늘 존재한다. 특히 이념으로 뭉친 정치 집단에서는 그런 일이 만연해 있다.

만약 공자가 안회가 먼저 밥을 먹는 모습을 직접 본 것과 자공의 고발만을 믿고 서운함과 괘씸함에 사로잡혔다면, 결코 안회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스스로도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늘 사물과 사실을 판단함에 있어 개인적인 욕망과 이기심, 분노 등을 내려놓고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임했다. 그렇기에 안회의 진면목(眞面目)을 발견하고, 자기도 크게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공자가 안회가 먼저 밥을 먹는 모습을 직접 본 것과 자로의 말만을 믿고 서운함과 괘씸함을 가졌다면 공자는 끝까지 안회의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늘 사물과 사실을 판단함에 욕망과 이기심 분노 등을 버리고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보고 판단하려 했기에 안회의 진면목(眞面目)을 보고 자기도 크게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린 살아가면서 눈으로 보았다는 것, 귀로 들었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진실에서 벗어났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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