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배중사영의 뜻은 술잔 속의 뱀 그림자, 즉, 쓸데없는 일에 의심을 품고 스스로 고민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진서(晉書) 악광전(樂廣傳), 풍속통의(風俗通義) 등에 소개되어 있는 고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진나라 때 악광(樂廣)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하게 자랐지만 사람됨이 성실하고 욕심이 없었습니다.
악광이 하남태수(河南太守)로 있을 때의 일입니다. 자주 놀러 오던 친구가 어쩐 일인지 오래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
악광은 이상하게 여겨 그를 찾아가 연유를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뜻밖에도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일전에 우리가 같이 술을 마실 때 말일세, 막 술을 마시려는 데 술잔 속에 뱀이 보이는 것이 아니겠나. 기분이 매우 언짢았지만 그냥 훌쩍 마셔버렸지. 그런데 그 뒤로 병이 났다네.”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참 이상도 허이.” 악광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술잔 속에 뱀이 보이다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악광은 고개를 숙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번의 술자리라면 바로 하남태수의 집무실인 자기 방이었는데 그 방 벽에는 활이 걸려있었습니다.
악광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렇다. 그 활에는 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 뱀 그림이 술잔에 비친 것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악광은 그 친구를 다시 초대했습니다.
친구를 그 방의 그 자리에 앉힌 악광은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나서 물었습니다.
“어떤가? 술잔 속에 또 무엇이 보이는가?”
“지난번과 마찬가질세. 그려.”
“이 사람아, 그 잔 속에 보이는 것은 저 활에 그려져 있는 뱀 그림자일세.”
그 말을 듣고 그걸 확인한 그 친구는 그제야 얼굴을 환히 펴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당장에 병도 씻은 듯이 나았음은 물론이지요.
‘노루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또 말뚝에 제 옷자락이 박혀 ‘이놈아 놓아라, 이놈아 놓아라’ 하며 밤을 새웠다는 옛 이야기도 있지요.
마음이 약한 사람이 엉뚱한 것을 보고 귀신이나 괴물인 줄로 잘못 아는 것을 가리켜 배중사영(杯中蛇影)이라고 합니다.
의심을 품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에도 신경을 쓴다는 것으로 이 말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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