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후나이원(胡乃文 중의사)
[SOH]‘뜸(灸)’은 쑥을 뭉쳐 혈자리에 온열(溫熱)자극을 주는 치료법입니다. 뜸쑥을 흔히 애융(艾絨)이라고 하는데 솜처럼 고운 쑥을 손으로 잘 말아 쌀알크기 정도로 비벼 뜸봉을 만든 후 혈자리 위에 놓고 불을 붙입니다.
‘침구대성’에서는 ‘금구혈가(禁灸穴歌)’라 하여 뜸을 뜰 수 없는 자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 혈자리로는 우선 얼굴이나 머리에 위치한 혈자리 인데, 얼굴에 함부로 뜸을 뜨면, 보기 흉한 흉터가 남기 때문입니다. 머리에도 뜸을 뜰 수 없는 몇 개의 혈 자리가 있는데요, 보통 그 아래에 혈관이 지나는 곳입니다. 이곳에 뜸을 뜨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아문(啞門), 풍부(風府), 천주(天柱), 승광(承光), 임읍(臨泣), 두유(頭維)’ 등의 혈은 모두 머리에 있으며 이런 곳에 뜸을 뜨면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거나 동맥혈관이 팽창해 견디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사죽공(絲竹空), 찬죽(攢竹), 정명(睛明), 화료(禾髎), 영향(迎香)’ 등의 혈은 모두 얼굴 특히 눈 근처에 있어 뜸을 잘못 뜨면 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금구혈가’에는 ‘침과 뜸은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침을 놓고 그 자리에 뜸을 뜨거나 혹은 뜸을 뜬 후 또 침을 놓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즉, ‘뜸을 떴으면 침을 놓지 말고 침을 놓았으면 뜸을 뜨지 말라(灸而勿針, 針勿灸)’는 말이죠. ‘침구대성’에서는 ‘침경(針經)에서도 이를 신신당부하고 있지만, 지금의 용렬한 의사들은 침과 뜸을 함께 사용해 환자에게 포락(炮烙)형을 가한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포락형이란 상(商)나라 말기 폭군 주왕(紂王)이 달기의 청에 따라 시행한 잔인한 불고문을 말하는데 침과 뜸을 같이 하면 환자가 포락형을 받는 것처럼 괴롭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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