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후나이원(胡乃文 중의사)
[SOH] ‘황제내경’에도 함부로 침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여러 곳에서 비교적 자세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성관계 전후, 술 먹기 전후, 화를 내기 전후, 과도한 노동 전후, 식사 전후, 또 갈증이 심할 때 침을 맞으면 안되며 두렵거나 놀랐을 때도 반드시 먼저 그의 정서를 안정시킨 다음 침을 놓아야 합니다. 또 수레를 타고 온 환자는 잠시 누워 쉬게 한 다음 20-30분 정도 지나서 침을 놓는 것이 좋으며, 멀리서 걸어서 찾아온 환자일 경우 앉아서 50-60분 정도 쉬게 한 후 침을 놓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환자의 맥이 어지러워지거나 기가 흩어져 영위(榮衛)의 순환이 거꾸로 되거나 경락의 기운이 부족해질 수 있어 자칫 잘못하면 병이 음(陰)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 이유로 매우 놀라 기(氣)가 어지러울 때는 침을 놓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사들은 이런 금기들을 무시하고 침을 놓아 환자의 몸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신체가 강한 자극을 많이 받으면 뇌수(腦髓)에 진액이 마르고 심지어 오미(五味)를 잃게 되는데 이것을 가리켜 ‘실기(失氣)’라고 합니다.
자침 금기를 다룬 ‘자금론(刺禁論)’에도 침과 뜸의 금기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가령 ‘부(跗)에 침을 찔러 큰 혈관을 건드리면 피가 멎지 않아 죽는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여기서 부(跗)란 어디를 가리킬까요? 바로 발등에서 가장 큰 혈관이 지나는 충양(衝陽)혈을 말합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이 ‘침구대성’ ‘금침가’에도 등장하는데 바로 ‘충양에서 출혈이 생기면 유명을 달리한다(衝陽血出投幽冥)’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 얼굴에는 ‘유맥(溜脈)’이란 혈자리가 있는데 눈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곳을 찔러 출혈이 생기면 눈에 큰 핏덩이가 생겨 어혈을 만들 수 있고 시신경을 누르거나 혹은 눈에서 안구 움직임과 관련된 근육을 건드리면 실명(失明)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머리 위의 혈에 침을 놓다 뇌를 찌르면 즉사할 수 있고, 혀 아래에 있는 혈관을 깊이 찔러 출혈이 그치지 않으면 벙어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발 아래에 있는 ‘포락(布絡)’은 자색의 작은 혈관이나 모세혈관을 말하는데 이곳을 찔러 출혈이 되면 오히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혈관을 찔러 피가 나오지 않으면 내출혈(內出血)로 혈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위중(委中 오금 가운데)’의 큰 혈관을 잘못 찌르면 기절하거나 얼굴이 창백해지며 쓰러질 수 있습니다. ‘기가(氣街)’ 중맥(中脈)은 서혜부를 가리키는데 이곳을 찔러 혈종이 생긴 것을 ‘서부(鼠仆)’라 합니다.
척추뼈 중간인 ‘척간(脊間)’을 잘못 찌르거나 척수(脊髓)를 찌르면 곱사등이 될 수 있고 또 유방 근처인 ‘유중(乳中)’이나 ‘유방(乳房)’ 등을 잘못 찌르면 혈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손바닥에서 물고기 배처럼 볼록한 어복(魚腹) 아래에 있는 혈관을 찔러 피가 나오지 않으면 아주 위험한데 혈종이 생겨 부풀어납니다.
그 외에 무릎 양쪽의 ‘슬안(膝眼)’은 무릎관절과 직접 연결된 곳으로 너무 깊이 찔러 관절액이 새나오면 걸음을 걷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많은 양의사는 무릎이 부은 사람을 치료할 때 주사기로 관절액 빼내는데 후에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론(刺禁論)’에는 ‘심장을 찌르면 하루 만에 죽는데 탄식을 한다. 간을 찌르면 고통을 호소하다 5일 만에 죽는다. 신장을 찌르면 6일 만에 죽는데 재채기를 많이 한다. 폐를 찌르면 3일 만에 죽는데 기침을 한다. 비(脾)를 찌르면 10일 만에 죽는데 자꾸 삼킨다. 담을 찌르면 하루 반나절 만에 죽는데 구역질을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중국 고대에는 이렇게 침과 뜸에 대해 이미 풍부하고 상세한 임상 관찰이 있었고 매우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 soundofhop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