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이원(胡乃文 중의사)
[SOH] 고대의 선인들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물은 그 기원이 같다고 보았지요. 고대의 본초학 저술은 사람이 자연을 일방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합니다.
쌀은 여덟가지 곡류(八穀)에 속합니다. 여기서 ‘팔곡’이란 ‘서(黍 기장), 직(稷 기장), 도(稻 쌀), 양(粱 기장), 화(禾 쌀), 마(麻 삼), 숙(菽 콩), 맥(麥 보리)’을 말합니다. ‘본초비요’에는 쌀에 갱미(粳米 멥쌀), 선미(秈米 멥쌀), 속미(粟米 좁쌀)의 구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중에서 갱미는 약으로도 쓰는데 비위(脾胃)를 보호하고 자양(滋養)을 합니다. 갱미로 죽을 쑤거나 밥을 짓거나, 심지어 약으로 쓰는데 처방전에 직접 들어가기도 합니다. ‘본초비요’에 의하면 ‘갱미는 달고 서늘하며(甘凉) 천지의 ‘중화(中和)’한 기를 갖추고 있어 위기(胃氣)를 조화롭게 한다. 갱미는 흰색인데 흰색은 폐(肺)에 들어가 제번청열(除煩淸熱 열로 인해 생긴 가슴의 답답함을 없애는 것)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습니다.
동한(東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지은 ‘상한론’에는 ‘백호탕(白虎湯)’ ‘도화탕(桃花湯)’ ‘죽엽석고탕(竹葉石膏湯)’ 등의 처방이 등장하는데 이들 처방에서는 공통으로 갱미를 약으로 쓰고 있습니다.
또 ‘맥문동탕(麥門冬湯)’도 갱미를 씁니다. 만성적으로 잘 낫지 않는 기침에 이 처방을 하면 폐기(肺氣)를 보호해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를 내려가게 할 수 있습니다.
청나라 때 왕앙(汪昂)이 지은 ‘본초비요’에는 ‘요즘 사람들은 매일 죽을 먹으면서도 죽의 오묘함을 모른다. 그러다 병이 생겨 죽을 먹을 때에야 비로소 죽이 장부(臟腑)에 유익함을 깨닫고 그 어떤 음식도 죽만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명나라 때의 의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본초습유(本草拾遺)’의 한 단락을 인용해 ‘팔곡은 모두 밥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곡식 자체의 약성(藥性)을 따라서 해야 하는데 일부 차이점이 있다’고 기록했습니다.
쌀은 고대로부터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곡식이었고 특히 남방에서는 주식(主食)으로 삼아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방치료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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